단기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금융기관들이 돈굴리기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은행들은 남아도는 단기자금을 투신사나 종금사등에 넣어두려 하지만
자금운용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거부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기업대출은 떼일 것을 우려해 여전히 소극적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RP(환매조건부채권)금리를 내린뒤 콜금리
등 단기금리가 사상최저치로 하락,금융기관들이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하루 1조~2조원씩 한국은행의 통안채나 RP(환매조건부채권)를 샀던
은행들이다.

이들은 RP금리가 연 8%에서 7%대로 떨어지자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11%대를 유지하는데 비하면 3~4%포인트의 금리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상업 한일 서울 외환은행등 일부 은행들은 종금사 지원을 위해 한은에서
연 8%로 빌렸던 6천3백24억원을 만기(10월16일)가 오지않았는데도 2일
서둘러 갚아버렸다.

게다가 대출금은 꾸준히 회수, 굴려야할 여유자금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예금은행이 9월중 받아들인 저축성 예금은 5조2천9백6억원 늘어났다.

반면 대출은 7천8백14억원 줄었다.

유가증권투자등을 통해 3조1천8백66억원을 운용했지만 9월
한달동안만으로도 2조원대의 여유자금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은행들은 늘어난 돈을 대출하는데는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다.

떼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금융구조조정이 9월말로 1차 마무리됐다지만 신용위험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운용 담당자는 "본점에서 대출을 늘릴 생각은 하지않고
자금운용 담당자들만 들볶고 있다"며 "최근에는 금리마저 뚝 떨어져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투신 종금등 제2금융권에
돈을 맡기려하고 있다.

지난 1일에만 대형 3투신에 1조2천억원가량의 은행권 단기자금이 유입됐다.

투신사들도 이 돈을 운용할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MMF(머니마켓펀드)의 경우 콜 기업어음(CP)등에
투자하는데 연 7%대의 콜금리로는 종전 수익율(연 10~11%)를 맞춰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기자금으로 장기물인 회사채를 살 수도 없는 처지다.

금리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서다.

투신업계는 현재 금리가 정책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판단, 이달중순이후
오를 (채권값 하락)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오는 7일부터는MMF에 잔존만기 1년이상인 채권은 편입하지 못하게된다.

이래저래 투신사 자금운용을 어렵게한다.

최광휘 대한투신 영업부장은 "금융기관이나 법인들이 거액의 단기자금을
갖고 오지만 금리가 맞지 않아 되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종합금융사들도 은행권 자금을 기피하고 있다.

자체 자금운용도 어려운 마당에 역마진을 무릅쓰고 은행자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종금사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 등이 자금을 맡길 경우 직접적으로
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금리를 낮춰 받고 있다"며 "현재 은행과 종금
증권사간에 자금 떠넘기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금운용이 어렵게되자 몇몇 종금사는 다소간의 위험을 안고서라도
중견기업에 대한 기업어음(CP)할인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운용방식도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대출을 늘리기위해 금리를 낮췄지만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자금운용에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