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국제입찰에는 정식 평가위원회 외에 또다른 평가단이 있다.

강성으로 정평이 나있는 이 회사 노동조합이다.

평가위원회가 내달 1일 낙찰자 선정을 목표로 한창 심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25일 "또다른 평가단"은 이미 1개 업체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기아 노조는 이날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리해고를 실시한데다 기아와
생산라인까지 중복돼 고용보장이 이뤄질 수 없다"며 사실상 현대자동차의
인수에 반대한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4개 응찰업체 모두에 노조승계및 상여금 지급계획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면서 이에 대해 토론회를 열자는 제의까지 했다.

물론 노조의 처사가 전혀 이해 안되는 바는 아니다.

나름대로의 판단에 따라 보다 많은 일자리를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업체가 새주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기아 노조가 그같은 속마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자격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기아는 그들 자신도 인정하듯 "망한 회사"다.

더 나아가 국가전체를 IMF관리체제라는 부도직전으로까지 몰고간 주범
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 책임은 경영진 뿐만 아니라 종업원에게도 분명히 있다.

이런 처지에 노조가 "어느 회사는 안되고 어느 회사는 된다"는 식의 입장
발표를 한다면 어느 누가 "기아의 반성"을 믿어주겠는가.

낙찰자 선정은 노조가 아니라 평가위원회의 몫이다.

노조가 제 역할을 찾지 못할 경우 부채 탕감과 함께 "노사문제"가 기아
처리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성민 < 산업1부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