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이 이번주초부터 시작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로
정상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정위 조사반원들이 조사대상회사 본사안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시로
조사에 필요한 인원과 서류를 소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업부서에 불시에 들이닥쳐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조차 나타나고 있다.

퇴출대상은행 명단이 발표된 지난달 29일.

이날 아침 공정위 조사반원은 5대그룹 7개기업에 투입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사상초유의 은행퇴출로 월말 자금결제 업무에 비상이 걸렸던 자금부 관련
직원들은 설상가상으로 공정위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회사채 발행 내역을 제출하십시오" "왜 발행한 회사채를 계열사인 L사가
인수했습니까"

공정위의 조사는 계열사나 위장계열사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했거나 지원받았는지 여부에 집중됐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발행및 인수내역을 주로 물었다.

회사채와 기업어음이 계열사간에 자금을 부당하게 지원하는 주요수단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곳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정유, 삼성전기와
삼성상용차, LG정보통신, 대우전자, SK가스 등 7개회사.

공정위는 56명을 5개반으로 나눠 각 그룹별로 투입하고 있다.

이들회사 조사가 끝나면 삼성종합화학 스테코 현대우주항공 동서산업
LG화재 LG화학 대우자동차 SK건설 SK생명등 모두 40개 회사가 차례대로
조사를 받게된다.

조사를 받는 5대그룹은 조사취지에 공감하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구체적 방법론에선 불만이다.

먼저 공정위 조사요원의 비전문성이다.

공정위가 조사요원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사전교육을 실시했다지만
이들이 전문적인 자금거래를 추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조사를 받는 회사가 업무흐름을 설명하고 자금거래나 금융상품
기초지식을 가르쳐줘야 하는 사례조차 나타나고 있다.

또하나는 조사방법이 거칠다는 점이다.

현업부서를 느닷없이 방문해 서류를 뒤지고 심지어는 개인 수첩마저
제출토록 요청한다.

서류함이나 개인서랍이 잠겨있는 경우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인다.

지난5~6월중 실시됐던 1차조사때에는 조사요원이 최고경영자 부속실까지
뒤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무리수는 이번 조사가 특정목적을 겨냥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사대상 기업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빅딜(대그룹간 사업교환)압박용"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특정 목적이 있기때문에 실적을 올려야한다는 강박감이 생기고 무리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조사기간이 하필이면 은행퇴출 시기와 맞물려있는 점도
불만사항이다.

정상적인 업무에도 시간이 모자랄판인데 공정위가 혹을 하나 더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5대그룹은 이같은 불만에도 불구 표면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경제검찰"인 공정위에 잘못 보이면 좋을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얼굴엔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전문요원이 미리 필요한 관련서류
제출을 해당기업에 요청하고 이 서류를 보고 꼭 필요한 사람만 소환하는
선진국 방식이 정착됐으면 하는 바램을 감추진 못하고 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