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용의눈물" ]]

KBS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은 TV드라마의 새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드라마는 여인들의 치마폭에 휩싸여 있던 흥미위주의 기존 사극에서
탈피,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드라마"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TV 드라마를 외면하던 남성시청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사극으로서는
드물게 4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96년 11월부터 19개월간 방영된 "용의 눈물"은 대작답게 숱한 화제와
기록을 남겼다.

1백59회 총 제작비 1백60억원.

한국드라마사상 가장 비싼 작품으로 기록됐다.

출연 탤런트만도 3백명.

연인원으로는 7천9백50명이다.

동원된 엑스트라 연인원은 4만5천명에 이르렀다.

총 대본분량은 2백자 원고지 1만7천5백장으로 대하소설 15권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용의 눈물"은 외형적인 스케일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드라마사의
한획을 긋는 작품이란 평을 얻었다.

탄탄한 대본, 힘있는 연출력, 출연자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삼위일체를
이뤄 완성도 높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조선초 건국시기와 태종 이방원을 재해석하고 정도전 이숙번 등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을 부각시키는 등 의미있는 시도들이 행해졌다.

또 태종 이방원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소화해낸 유동근, 만삭의 몸으로
열연한 원경왕후 민씨역의 최명길을 비롯 중견연기자들의 활약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경선, 15대 대선 등 현실정치의 흐름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일종의 "용의 눈물"신드롬을 만들어냈다.

국민들에겐 역사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켰고 정치인들 사이에선
"참고서"로까지 통했다.

탤런트 유동근은 지난 대선때 여야 양측으로부터 최고의 찬조연설자로
꼽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다른 방송사들이 잇따라 역사물 제작에 나서면서 트렌디 드라마
일색이던 브라운관에 "사극"바람을 일으켰다.

"용의 눈물"의 영향력이 워낙 커지다보니 사극이 역사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을 편향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학계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고증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왕과 왕비의 대례복을
처음으로 재현하는 등 조선시대 복식연구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용의 눈물"은 방송분야의 각종 상을 수상했다.

방송기자단이 뽑은 베스트 프로그램 드라마부문 1위에 올랐으며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주는 올해의 프로듀서상 작품상 작가상을
휩쓸었다.

연출가 김재형PD는 브리태니커 세계연감 한국어판 인명록에 수록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용의 눈물"의 선풍적 인기는 출판, 여행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조선왕조를 다각도로 조명한 역사책들이 잇따라 출간됐고 "용의 눈물"
촬영현장을 연계한 여행상품이 등장했다.

또 태종과 원경왕후 민씨의 능이 있는 헌인릉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았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