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움직임에 국제 금융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미국 당사자들의 말 한마디에 춤을 추기 때문이다.

물론 엔약세의 근본 원인은 일본경기침체다.

하지만 루빈 매국재무장관등은 엔추락을 몰고올 게 뻔한 얘기를 서슴지
않고 해대고 있다.

사실상 엔화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 저의는 무엇일까.

우선은 엔저가 미국경제에 실보다는 득이 커 엔폭락을 방치하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아시아위기는 지금 미국에 그렇게 짐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지금 경기과열이 걱정이지 후퇴는 우려의 대상이 아니다.

완전취업률에다 재정흑자, 강한 내수등 미경제가 워낙 튼튼해 무역적자
확대라는 엔저역효과는 큰 문제가 안된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아시아경기 침체 덕에 과열경기를 진정시킬수 있고 아시아통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떨어져 물가를 계속 안정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일본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작년초부터 미국은 일본에 경제구조개혁을 촉구했다.

구조개혁의 초점은 금융시스템 개혁과 시장개방 확대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까지도 개혁을 미적거리고 있다.

그러자 미국이 엔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엔저를 유도, 일본에 들어간 외국자본은 물론 일본자체의 자금까지
달러화로 몰리도록 해 일본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게 하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엔하락유도 내지는 방치를 "미국의 불장난"으로 풀이한다.

여기에는 "강한 달러"에 대한 미국의 자신감이 깔려 있기도 하다.

이 밖에 엔저로 일본 자산가치를 끌어내려 일본 부동산을 헐값으로
사들이려는 경제계의 심산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80년대후반 일본이 미국의 부동산을 마구 사들여 자존심을 건드린 것에
대한 보복일 수도 있다.

또 미국 의회에 대한 압력용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엔하락을 조장, 세계경제공황 우려를 높이면 의회도 어쩔수 없이
IMF출연금(1백80억달러)을 승인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의회는 행정부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IMF출연금을 승인하지 않아
클린턴행정부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게 미국의 입장인 것 같다.

미국은 엔화를 달러당 1백50엔까지는 방치할 것이라는 게 국제금융계의
해석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