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환란이후 경차 건빵 라면 소주등 값싼 IMF형 상품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까지만해도 중대형차의 선호도가 높았으나 올들어
IMF 바람을 타고 아토스(현대자동차), 마티즈(대우자동차) 등 경차가
베스트 셀러로 부상했다.

지난 4월1일 출시된 마티즈는 4월 한달동안 1만8백67대가 팔렸으며 아토스
도 8천5백12대를 기록했다.

경차가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자동차판매량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달 36%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월 평균 12%대이던 것과 비교해 볼때 엄청난 신장세다.

경차가 IMF이후 자동차 소비패턴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는 저렴한 차값,
저유류비, 싼 세금 등 소위 3저메리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토스의 연비는 21.5km/리터로 중대형차에 비해 기름값을 50~70% 절약할
수있다.

경차가 대약진한 반면 그랜저 쏘나타등 중대형 승용차는 판매량이 곤두박질
쳤다.

현대 그랜저의 경우 지난 4월 2백70여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천8백87대에 비해 무려 90%이상 감소했다.

식품에서는 싸고 포만감을 주는 라면과 건빵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라면은 지난 1.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0%이상
늘어났다.

비수기인 5월들어서도 예년과 달리 수요가 크게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라면특수는 대량실업사태와 무관치 않다.

실직자들이 많이 모이는 남대문 인력시장이나 한강 고수부지 등지에서
최고 인기메뉴는 단연 라면이다.

이곳에선 7백원을 주고 용기면 하나를 먹으면 아쉬우나마 점심 한끼를
떼울 수 있다.

라면제품도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1천5백원대의 고급라면은 매기가 주춤한 상태이다.

베스트셀러는 역시 4백50원대의 신라면과 열라면 또는 물만 부으면 즉석
에서 먹을 수있는 용기면이다.

건빵도 인기 식품이다.

건빵제조업체인 제주농연은 자사제품인 베타보리건빵이 IMF이후 불티나게
팔리면서 지난해 5억원 수준이던 월평균매출액이 올들어 20억원으로 뛰었다.

IMF형 술로는 소주와 막걸리가 꼽힌다.

지난 1.4분기중 소주판매량은 2천85만상자(3백60ml, 30병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증가했다.

특히 불황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경북지역의 경우 소주 판매증가율이 무려
53%에 달했다.

부산지역은 21% 늘었다.

막걸리도 인기다.

서울지역의 경우 올들어 지난 3월말까지 1천3백85만병(한병 7백50ml)이
팔려 지난해 보다 14.5% 증가했다.

반면 위스키와 맥주는 애주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위스키는 1.4분기 판매량이 49만6천상자(한상자 4.2리터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0% 줄었다.

맥주도 지난 1.4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대비 11% 감소한 3천2백60만상자
(5백ml, 20병기준)에 그쳤다.

최근 2~3년간 고급맥주시장을 석권하다시피했던 밀러 코로나 하이네켄 등
직수입맥주는 지난해 연말이후 시중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냉대받았던 할인점의 PB(자체상표)상품과 중저가
상품도 뜨고 있다.

E마트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애물단지였던 자체상표의 식용유와 치즈 등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유명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새것을 사기보다 헌옷을 고쳐입는 알뜰소비행태가 정착되면서
재봉틀에 관심을 보이는 주부가 늘고 있다.

외식감소로 가정에서 각종 요리를 직접 할 수 있는 가스오븐레인지도
햇빛을 보고 있다.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