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아직 환란의 여진은 계속되고 기업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구조조정 또는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쏟아져
나오는 실업이다.

2% 안팎의 완전고용을 자랑하던 실업률이 이제는 6%선까지 치솟았다.

불과 5,6개월만이다.

1백50만명을 돌파한 실업자수는 이제 2백만명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해법은 없을까.

경기부양과 실업해결을 위해선 건설투자확대가 가장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
의 공통 답안이다.

건설투자의 규모와 효과를 고려해서다.

지난해 건설투자(경상가격기준 1백1조4천억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20.6%.

단일업종으로 가장 크다.

투자가 1% 늘어나면 GDP 성장률이 0.3%가량 증가할 정도다.

건설투자확대는 곧바로 고용창출로 이어진다.

"실업수당지급 직업훈련 등이 일시적 실업대책이라면 건설투자확대는
근본적인 치유책"(최재덕 건설교통부 건설경제심의관)이다.

10억원의 투자가 늘면 35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다는 연구분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있다.

빈사상태인 건설업을 회생시키는 일도 당면한 최대 과제다.

건설업체는 지난해 무려 1천3백52개가 도산했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미분양이 속출한데다 자금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올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3월말현재 부도업체수는 9백69개.

하루에 10개업체 이상씩 무너질 정도다.

입.퇴출이 비교적 자유롭다지만 그 심각성이 도를 넘어섰다.

건설투자확대는 외국에서도 저성장-고실업극복의 가장 분명한 정책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표적인게 미국의 뉴딜(New Deal)정책.

1929년 대공황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실업해소를 위해 루즈벨트대통령이
33년 취임직후부터 편 정책이다.

당시 미국경제는 4년간 8천8백12개의 은행이 파산, 신용공황상태까지 야기
되는 등 거의 회복불능에 빠져들었었다.

뉴딜정책의 골자는 실업자에 대한 직접적인 구호 대신 대규모 공공사업을
추진하는 것.

공공사업국과 토목사업국 설치를 시작으로 테네시강유역개발사업 주택장려
사업 등을 과감하게 시행했다.

모든 사업의 투자재원은 정부재정에서 나왔다.

평소 5.5%선이던 GNP대비 공공사업투자비중이 이때 13%대로 올라갔다.

물론 세수증대라는 고통이 따르긴 했다.

하지만 루즈벨트취임때 24.9%였던 실업률은 41년 9.9%로 8년만에 한자릿수
로 떨어졌다.

적극적인 SOC투자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케이스다.

새정부도 뉴딜정책을 고려하고 있기는 하다.

"한국판뉴딜" 혹은 "DJ 뉴딜"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구호"에 그치는 느낌이다.

건설투자확대는 여전히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올해 정부의 SOC투자예산은 10조1백79억원.

그나마 추경예산편성을 통해 3천3백26억원 늘린게 이정도다.

이는 작년보다 1.1% 줄어든 것.

90년대 연평균 SOC투자증가율(24~25%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는
무려 31.2% 감소했다는게 건교부측의 설명이다.

고용창출은 고사하고 고용감소만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SOC투자증가율이
최소한 예년수준은 돼야 한다는게 건교부의 판단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3조원가량의 추가재원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세원발굴이 힘들고 적자예산편성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차관도입분에 기대를 거는게 유일한 대안이긴 하나 상반기중 들여오기로 한
IBRD차관 20억달러중 SOC투자용 재원은 한푼도 없다.

하반기로 예정된 50억달러의 IBRD 차관중 20억달러(약 3조원)를 SOC쪽으로
끌어오겠다는 생각이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건설투자는 1석4조의 효과가 있다.

SOC 기반확충, 경기진작, 고용창출은 물론 건설업회생의 기능까지 한다.

"고용창출"이란 국가적 지상과제를 해결하는 단기처방은 건설업뿐이란데
이론이 없다.

하루빨리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건설투자가 활성화되고 건설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이정무 건설교통부
장관)는 말을 진지하게 새겨들어야 할 때다.

< 육동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