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신 < 농어촌진흥공사 사장 >

지난달말 서울역 광장에서는 한 봉사단체의 주선으로 작은 행사가 열렸다.

실업으로 급증하는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들을 위로하는 음악회로,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한편에서는 실업자들의 긴 머리를 깎아주면서 진로도
상담해주는 것으로 그들의 각박한 현실을 달래줬다.

행사가 끝날무렵 노숙자를 비롯한 실업자들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는데 그들의 소망은 모두가 한결 같았다고 한다.

실업자를 위한 보조금지급이나 위로행사 등 일시적인 대책보다는 장기적인
일자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그곳에 나온 사람들은 거의가 "IMF사태"로 직장을 잃고 그 여파로 가정과
가족까지 잃어 갈 곳이 없는 사람들로서 최악의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건강한 몸과 그 어느때보다 충만한 일터에 대한
열정 뿐이다.

정부는 실업대책으로 실업수당의 지급과 고용보험 등 실업자대책을
강구하고 예산을 확보하는데 노력하고 있으나 그러한 현금보조의 실업대책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으며 그 대상 역시 반듯한 직장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만 해당돼 대부분의 실업자들엑게는 그림의 떡이 되는 실정이다.

실업대책은 우리 경제를 살리면서 고용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진국들이 장기적인 불황을 공공사업정책으로 극복했듯이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어 그들을 취업시키고 국가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농림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숲가꾸기운동"에 수십만 실직자를
투입해 덤불수거작업을 하고 임도를 만들기로 했다.

수거된 덤불은 사료화하거나 연료로 사용해 농가의 수익을 높인다고 한다.

이 운동이 실현되면 나무가 잘 자라게 됨은 물론 환경을 보호하고
2백50만명의 실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도랑치고 가재잡기"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노동력 뿐이나 쓰라린 좌절을 겪으면서 생기는
용기와 일에 대한 충만한 의욕으로 그 어느때 보다도 질좋은 노동력을 갖게
됐다.

그동안 높은 인건비 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사회기반시설이나 공익사업 등을
차분히 시행함으로써 실업자도 구제하고 나라의 경제기반도 재건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