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이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정치권의 흑색선전과 "언어폭력"이
상대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유권자의 정서를 자극하는 용어는 빼놓지 않고 동원되다시피 하고 있다.

선거전 초반에는 한나라당이 "777 노인네 당"이니 "이인제 반란당" 등의
용어를 써가며 "폭력 현장"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측이 "거친" 반격을 가해오자
한나라당이 2대1 게임에 역부족을 느끼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한나라당은 1일 급기야 "저질 언어폭력 추방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켐페인을 주도함로써 "우리는 깨끗한 선거운동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챙기겠다는 눈치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다른 당의 사례를 매일 발췌해 공개키로 했다.

"이회창후보는 자신의 대권야욕과 정적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언론조작을
비롯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추악한 "권모술수의 화신"이며 공작정치
의 전문가"(국민회의).

"수백억원씩 들어오는 검고 거대한 정치자금의 파이프는 깊숙히 숨겨
놓은채 "집팔기 쇼"를 벌이는 것이야말로 낯뜨겁기 짝이 없는 "앵벌이 쇼""
(국민신당).

한나라당이 이날 지적한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회의나 국민신당이 이같은 내용의 성명이나 논평을 발표했을 때에는
나름대로 "열받은" 일이 있었겠지만 공당의 논평 치고는 치나쳤다는 지적
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켐페인을 벌이겠다는 발표 직후 "이인제후보는 김대중
후보의 나팔수 인가"라는 성명을 냈다.

또 국민회의측은 이날 한나라당의 금융실명제 보완입법에 대해 "경제위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략"이라고 비하했고 한나라당은 "등뒤에서 총을
쏘는 국민회의의 야누스적 두 얼굴"이라고 되받아쳤다.

"우리는 깨끗하다"는 말이라도 하지 않는 쪽이 그래도 낯이 덜 뜨거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정호 < 정치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