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법안의 통과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띄게 된다.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재정경제원으로부터 상대적 독립을 유지하게돼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이 강화되는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신용정책을 대행하게 되는 만큼
현행 한은조직은 통화신용정책의 단순한 집행기구로 전락하게 된다.

특히 통화신용정책수행과 관련한 직접 감독업무조차 박탈돼 "종이호랑이"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목적은 현행 "통화가치의 안정과 은행신용제도의
건전화"에서 "물가안정"으로 축소된다.

이에따라 한은은 은행감독권을 박탈당하고 외환업무도 사실상 재경원으로
넘겨주게 된다.

한은의 외환업무는 정부의 환율정책 금융기관 외화여수신및 외국환매입
매도초과액의 한도설정에 관한 정책에 대해 협의하는 기능으로 국한된다.

한국은행의 조직은 크게 금융통화위원회와 집행부로 나뉜다.

금통위는 통화신용정책의 최고의결기구로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모든 결정권
을 갖게 된다.

집행부는 금통위의 의결사항을 집행하는 역할에 한정된다.

금통위의장은 국무회의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금통위의장이 한은
총재를 겸하게 된다.

금통위원은 재경원장관 금통위의장 금감위원장 국회의장 상공회의소회장
은행연합회장이 추천하는 6명으로 구성돼 금통위의장을 포함, 7명이
통화신용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금통위원은 상근을 원칙으로해 현재 이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금통위의장이 유고된다면 한은부총재가 의장역할을 대행하는게 아니다.

금통위원중 1명이 의장과 총재직을 대행하게 된다.

또 재경원차관의 열석발언권과 재경원장관의 재의요구권도 보장된다.

경비성예산에 대해선 재경원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재경원이 맘먹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한국은행을 장악할수 있게 된다.

한은직원이 새 한은법을 "형식적 독립강화 실질적 예속강화"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집행부는 금통위의결사항을 집행하는 역할에 국한된다.

현재 이사들은 부총재보로 이름이 바뀌며 단순한 집행간부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은행에 대한 직접 감독기능은 모두 박탈당한다.

대신 통화신용정책에 필요한 검사업무의 경우 금감위를 통한 간접검사를
할수 있다.

이에따라 간접검사를 위한 한부서만 한은에 남게 되고 6백여명의 은감원
직원들은 한은을 떠나는게 불가피하게 됐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