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기 서울시장직무대리가 사무실을 옮겼다.

행정1부시장실에서 시장실로 들어갔다.

조순 전 시장이 사임하고 직무대리가 된 뒤 꼭 두달만이다.

시장이 없어졌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행정1부시장실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민선시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던 셈이다.

강 시장직무대리는 그러나 시장 일을 보기에는 지금쓰는 방은 너무 좁다는
주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내방객이 끊이지 않는 자리이다보니 공간의 제약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진다.

지난 59년 지방공무원으로 출발한 뒤 서울시에서만 공직생활 40여년만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이다.

사실 강 시장직무대리 체제가 출범한 뒤 서울시 공직자들은 "군기"가 바짝
들었다.

휴일도 없고 평일에도 한밤중에 퇴근하는 것은 다반사다.

서울시정을 워낙 손금보듯이 보니 결제를 받는 일도 쉽지않다.

게다가 그는 시장과 행정부시장의 권한을 동시에 갖고 있다.

형식적으로 보면 역대시장중 가장 권한이 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말정기인사가 끝난 뒤에도 이런 통솔력이 발휘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내년 5월에 자치단체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레임덕 현상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엄청난 파워를 갖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강 시장직무대리는 연말부터
그의 능력에 대한 새로운 시험을 치러야 할 것같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