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이 추진중인 대대적인 행정개혁은 여러가지 각도에서 관심을
끈다.

지난 5, 6월 두달동안 각 성청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한 공청회를 거쳐
이달들어 윤곽을 드러낸 하시모토 총리의 행정조직 개편구상은 현재 22개
중앙행정기구(성및 청)를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우리가 일본의 행정개혁에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정부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문제는 아시아각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현안문제라는
인식에서다.

아시아경제에 대한 비판론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MIT교수는 포천지
최근호에 기고한 "아시아의 기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글을 통해 아시아경제의 앞날이 비관적인 것은 생산요소 투입량을 늘리는
형식의 기존 성장전략이 한계에 와있다는 기왕의 지적에 덧붙여 아시아각국
정부및 관료들의 위기대응능력이 수준이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록 내키지 않는 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크루그먼의 지적은 반박할수 없는
사실이다.

고도성장기에 그토록 효율적인 것처럼 비쳤던 정부의 역할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듯한 조짐은, 바트화 폭락의 소용돌이에 휩싸여있는 태국 등
동남아국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가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기아사태와 관련해 보더라도 크렇다.

일본의 행정개혁이 관료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진전을 보이고 있는
까닭은 따지고보면 간단하다.

오랜 경기침체에 아무런 능동적인 처방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정부기능과 조직을 재검토하자는 주장의 근저를이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국내외 정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총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에서 내각책임제개헌론 권력분점론 등이 나오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경제부처 개편방향이다.

현재의 대장성을 재정과 세제 국유재산을 다루는 재정성과 경제산업성으로
나누자는 구상이 특히 관심사다.

경제산업성은 산업정책을 다룬 통산성 기능, 우정성의 정보통신업무,
경제기획청의 통계업무 등을 모두 포괄하는 형태로 돼있다.

재정과 금융의 분리, 곧 대장성을 둘로 가르는 문제는 아직도 적잖은
논란을 낳고 있다고 한다.

통화위기 등의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한 부처에서 두 업무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관료들의 주장도 그 나름대로 논리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업무의 지나친 집중으로 인한 폐단이 더 설득력을 갖는
분위기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일본 대장성보다 경제기획 대외정책 조정업무를 더 갖고 있는 재경원과
연관지어 볼때 특히 관심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사실상 모든 다른 경제부처의 상위기구화한 재경원, 그래서 정부내 부처간
조정과 토론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달라진 내외여건에 맞게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문제, 그것은 각정당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야할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시의성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