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소주시장이 한여름 불볕더위만큼이나 뜨겁다.

지난해 고급소주시장을 석권했던 "참나무통 맑은소주"에 "곰바우"
"청색시대"등이 도전장을 던진 데 이어 보배소주를 인수한 조선맥주가
곧 고급소주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비수기를 맞은 소주시장에 때아닌
전운이 감돌고 있다.

휴가철이라고 "휴전"에 들어간 것도 아니다.

휴가를 떠난 "주당"들을 찾아 전국의 해수욕장에서 이벤트와 시음회를
개최하느라 여념이 없다.

올여름 싸움여하에 따라 고급소주전쟁 제2라운드의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1라운드의 히어로는 진로의 "참나무통 맑은소주"였다.

보해양조의 "김삿갓"보다 3개월 늦은 6월에 시판됐지만 파죽지세로
시장을 넓혀가면서 고급소주시장의 47%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고급소주시대를 연 "김삿갓"은 32%의 시장점유율에 만족해야 했다.

보해로서는 그래도 지난해가 나았을듯 싶다.

올들어 참나무통의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가속이 붙었기 때문이다.

진로는 올들어 5월까지 총 1만8천7백98kl의 참나무통을 판매해 독점과
다름없는 8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보해는 올들어 5월까지 김삿갓 1천5백82kl(점유율 6.7%), 곰바우
2천2백3kl(9.4%)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물론 곰바우가 지난 3월말부터 판매된 걸 감안해야 하겠지만 이 둘을
합쳐도 시장점유율이 지난해의 절반수준밖에 안된다.

두산경월의 "청산리벽계수"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해 14.5%의 시장을 갖고 있다가 올들어 5월까지 3백52kl 밖에
판매하지 못해 점유율이 1.5%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고급소주전쟁의 제2라운드는 두산경월의 "청색시대"가 나온
6월중순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지난 5월까지의 판매누계보다 6월 한달동안 "누가 누가 잘했나"를
살펴보는 것이 더 의의가 있는 분석이다.

각 사가 밝힌 지난 6월 판매실적을 보면 참나무통은 2천3백74kl, 곰바우는
9백kl, 청색시대(6월12일~7월12일)는 1천4백85kl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참나무통의 6월 시장점유율은 50%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각 사가 주장하는 판매량으로 이런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물론 무리다.

하지만 곰바우 청색시대등 만만찮은 라이벌의 출현은 "참나무통
전성시대"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곰바우와 청색시대를 개발하는데 이들 업체가 쏟은 노력이 쉽게 물거품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보해양조의 "곰바우"는 지난 3월 26일 첫 선을 보였다.

보해소주와 고급소주 김삿갓외에 더욱 대중적인 맛과 가격대의 소주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곰바우의 용량도 참나무통과 비슷한 3백1ml로 정했다.

출고가도 6백45원으로 비슷하게 책정했다.

이보다 3백원 가량 더 비쌌던 김삿갓의 고가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가격만 낮춘 건 물론 아니다.

마시기에도 부담없고 뒤끝이 깨끗한 소주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네랄과 산소가 풍부한 노령산맥 기슭의 천연암반수를 첨단
MC(마그네틱 컨디셔닝)공법으로 1차 처리했다.

다음으로 주정과 물을 섞는 블렌딩과정을 또 한차례 MC공법으로 처리했다.

또 소주특유의 주정냄새를 제거해 "깨끗한 소주, 편한 소주"로 차별화했다.

곰바우란 이름도 이런 컨셉트에 맞춰 만들었다.

우직하고 순수한, 그래서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곰바우"같은 소주라는
얘기다.

눈치 빠르고 제 잇속만 챙기는 사람이라기보다 곰바우같이 때묻지 않은
사람이 앞으로 더욱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청과도 어울린다는 것이다.

두산경월의 "청색시대"는 이름 그대로 깨끗하고 시원한 새로운 소주를
표방한다.

이를 위해 섭씨 0도의 첨단 냉각여과공법을 활용, 음주후 숙취의 원인이
되는 휘젤오일등을 걷어냈다.

또 병색상부터 기존의 칙칙하고 어두운 녹색일변도에서 청색의 밝고
활기찬, 그래서 새롭고 도전적인 고급소주를 만들었다.

"마시는 소주"에서 "즐기는 소주"로 흐름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실려있다.

하지만 소주의 톡쏘는 맛을 살려 "소주다운 소주"로 자리잡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 소주 3사의 고급소주에 대한 애착도 대단하다.

진로는 올해말까지 8백만상자(3백ml 24병)의 참나무통을 판매한다는
목표다.

지난해의 2백60여만상자보다 3배나 늘려잡은 수치이다.

곰바우도 연말까지 3백60만상자(3백1ml 24병)의 판매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경월은 청색시대를 가장 뒤늦게 내놓았지만 올해 총 3백만상자를
판매한다는 옹골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는 두산경월 전체 소주판매량의 20%에 달하는 양이다.

"목표"이기 때문에 다소 높여잡은 측면도 있겠지만 고급소주시장이
이렇듯 급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고급소주시장은 지난해 전체 소주시장의 5.1%를 점했으나 올들어
5월까지는 6.3%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진로의 경우도 지난해 전체 소주판매액중 9.3%를 차지했던 참나무통
매출이 올들어 5월까지는 18.1%로 껑충 뛰었다.

고급소주시장에서 어떻게 승부가 나느냐에 각 업체들의 사운이
걸려 있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닌 것도 이때문이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