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바둑판을 만들어 바둑왕국의 제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 전통의 목공예 기법인 상감법을 바둑판에 접목시켜 "목상감바둑판"을
만들고 있는 고려목상감바둑 대표 배정균씨.

그는 지난 89년 당시 운영하던 학원을 그만두고 세계 최고수준의 바둑
실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바둑판은 일본 바둑판이라는
신문기사를 접하면서 바둑판제작에 뛰어들었다.

목공예기술이라고는 대학시절 목공예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한 게 전부인 그
는 바둑판을 만들기위해 밤낮으로 서적을 뒤적이며 바둑판제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배씨는 작업실에서 구슬땀을 흘린지 5년만에 바둑판에 상감기법을 도입한
기존제품과 완벽하게 차별화된 바둑판을 만드는데 성공하기에 이른다.

상감이란 고려청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쇠 나무 사기 등의 재료를 파낸
자리에 다른 재료를 틀어박는 전통공예기법이다.

현재 최고로 알려진 일본의 바둑판은 비자나무에 칼날에 옻을 뭍여 찍어
내거나 실에 옻을 뭍여 튀기는 방법으로 제작한다.

그러나 배씨는 5년이상 잘 말린 비자나무에 끌칼로 바둑판 전체선을 8mm
깊이로 파내고 흑단을 5mm 깊이로 박아넣는 방식을 택했다.

바둑판에 공간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범종을 세울 때 밑에 구덩이를 만들어
깊고 맑은 소리를 내도록 하듯이 바둑돌을 놓을 때 청아한 울림소리를
내도록 했다.

또 선이 빛에 반사되고 표면이 볼록튀어나오는 옻칠바둑판과 달리 빛에
반사되지 않고 갈라지지 않도록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한개의 완성제품이 탄생하기까지는 한달에 한점정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개당 최저 1백만원에서 최고 1천만원을 호가한다.

"목상감바둑판이 알려지면서 최근 바둑애호가들의 주문이 점차 늘어나
일손이 부족하다"는 배씨는 "앞으로 일본의 바둑판 시장을 목상감바둑판으로
교체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0461)33-7449

<대전=이계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