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이후 신속히 당체제를 정비, 대선준비에 들어가려던 자민련에
제동이 걸렸다.

자민련은 27일 당무회의에서 대선전략을 총괄할 중앙기획위원회(가칭)의
구성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자민련 사무처가 계획한 중기위의 역할은 크게 세가지.

국민회의와 후보단일화 협상, 대선전략 기획및 수립, 그리고 내각제
선호세력의 결집 등이다.

소위 독자출마 후보단일화 보수대연합 등 대선국면에서 자민련이 선택할수
있는 카드를 총망라, 이를 한 기구안에서 추진하겠다는 발상이다.

문제는 그럴 경우 한시적 기구인 중기위가 당의 공조직을 완전히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중기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환 부총재의 위상이 막강해지는 반면 신임
사무총장의 경우 당의 재정부문만을 담당하게돼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총무국장 수준으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안에 대해 강창희 김현욱 의원 등 충청권 중진들이 먼저 나섰다.

이들은 "대선전략은 추후 당사무처에서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해서 담당할 일"
이라며 "중기위는 후보단일화와 내각제세력 결집 등 대외교섭창구의 역할만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무총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강의원은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기구"
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한영수 이긍규 의원 등도 중앙기획위원회에서 대선전략부문을 분리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에 대해 김용환 부총재는 "대선전략기획과 후보단일화 등은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라며 "별도의 기구를 만들 경우 의견을 조율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철언 부총재 등도 "당사무처가 할 일을 중기위가 맡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또 "중앙기획위원회라는 이름에 우리당의 집권의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며 명칭도 바꿀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논란은 김종필 총재가 당사무처에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새로운
안을 제출하라"며 다음달 2일 당무회의에서 재심의할 것을 결정,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중기위 인선및 당직개편도 내달 2일
이후로 연기됐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김용환 부총재의 지나친 독주가 의원들의 집단반발을
초래했다"며 "중기위의 위상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