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제4차 경제규제개혁위원회(위원장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에서도
여지없이 부처 이기주의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최대의 이슈였던 시공건설업체에 대한 설계업무 허용안은 건설교통부와
건축사들의 반발에 밀려 부처간 타협안에 그친 공정위의 2개 방안을 내달
2일 열리는 총리주재의 규제개혁추진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상당수 위원들은 건축사를 보유하고 있는 시공회사에 설계업무를 허용할
것을 주장했으나 건교부는 기업의 전문화를 위해 갈수록 외주(아웃소싱)를
확대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극력 반대했다.

한편 건물신축때 의무적으로 미술장식품을 설치하는 규제에 대해서도 위원들
은 이를 즉각 건축주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화에 대한 초보적 소견도 없는 것이라고
매도함으로써 문체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단순의약품 판매확대를 두고 물의를 일으켰던 복지부도 이날 한국제약협회
의 의약광고 사전심의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한 위원은 단순의약품의 슈퍼판매에 대해서는 약물 오.남용
가능성을 제기, 약국에서만 팔아야 한다고 했다가 의약광고조차 같은 논리로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한편 공정위는 합의되지 않는 사안은 상정하지 말라는 총리의 지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집단이기주의에 밀려 안이 철회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가급적 합의된 사안만 올리기로 내부방침을 세운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