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 <외대 법대학장/보험학회 회장>

대통령 직속의 금융개혁위원회(금개위)가 최근에 내놓은 금융감독체계
개편내용에 보험감독분야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의 감독속에 뚜렷한
명분없이 끼어들어 있다.

소위 중앙은행의 독립성 제고문제와 관련하여 은행감독원을 중앙은행에서
떼내되 그 기능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유보하고자 하다보니 은행감독원
기능이 보잘것 없는것 같이 되어 보험업과 증권업 분야까지 포함시켜, 소위
금융이라고 우겨 이들 감독행정을 하나의 감독기관에 맡기고자 하는 것이다.

보험감독 업무를 은행이나 증권감독기능과 합친다는 것은 이들 셋이
완전히 뒤범벅이 되어 이미 카오스의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하면
모르되, 적어도 당대로서는 결코 용납될수 없는 일이다.

바야흐로 보험산업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감독을 아예 포기하거나
그 필요성을 외면한다면 별 문제이다.

더 나아가 보험산업은 별 특성없는 산업이고 특별히 그 존속을 챙겨주어야
할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이 못되고, 그것에 대한 감독정책도
다른 어느 한 곳에 적당히 끼워넣어 어물쩡 넘어가도 될 정도의 것이면
더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험은 다른 산업분야와는 전혀 다른 산업이고, 그 감독기능은
결단코 다른 산업분야와 연관시켜 통합 감독기구에 부여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보험은 본질적으로 결코 금융이 아니다.

또한 금융이어서도 안되고,금융논리가 근본적으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 수도 없다.

보험상품은 불확실한 장래에 대한 안심보장이라는 무형의 급부이다.

그리고 가격결정과 급부의 실현은 다수의 경제주체로 형성된 보험단체의
존재와 위험측정이라는 고도의 전문적인 기법을 동원하여 이루어지며, 단체
구성원이 거출하는 보험료 총액과 제도의 운영자인 보험회사가 위험이
현재화한 경우에 보상하는 보험금 총액이 일치되도록 하는, 듣기만 해도
쉽사리 납득하기 힘든 소위 "수지상등의 원칙" 또는 "보험단체의 자족성"이
그 제도운영의 원리가 되고 있다.

거기에다가, 기업으로서의 보험산업은 독특한 경영.관리의 전문기법을
총동원하여, 보험가입자와의 대립.갈등에서부터 협력.조화를 통하여 제도의
이념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

이는 유형의 일반 상품교환 거래의 경우는 물론, 가견적인, 또는 화폐나
무형이기는 하지만 계량적인 실존가치를 지닌 경제재의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은행거래나 증권거래 등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오늘날 삶의 질이 운위되고 인구의 고령화와 핵가족화에 따라 자기책임
주의에 의한 생활안정의 보장이 필요하면 할수록 보험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유부족(유부족)이다.

더욱이,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가계에 대한 공적보장이 선진국의 수준과
비교하여 턱없이 부족하고 가까운 장래에 사회보장다운 안심보장을 기대할
수 없는 우리의 처지로서는 보험이 필수적인 제도로 하루 빨리 정착되어
우리생활을 윤택하게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보험산업의 경우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측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고 정부의 규제완화를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반면에,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보험소비자의 권익과 공익보호를 위한
사업활동의 준칙설정과 감시.감독은 더욱 용의주도하고 면밀하게
병행하여 나가야 한다.

이는 보험사업에 관한 한국의 은밀한 보호.육성과 함께, 세계 공통의
독특한 보험감독체제로서의 실질적 감독주의가 날이 갈수록 정교하게
다듬어져가고 있는 추세를 결코 외면할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감독기구의 통폐합이 그 이면의 말못할 내용을 모르는 국민들에게는
작은 정부 운운으로 먹혀들어가고 또 정부의 규제완화와도 부합되는 조치인
것같이 비칠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효율성.경제성등을 내세워도 근본목적의 달성과 동떨어진
제도는 무의미한 것이다.

무릇 전문분야에서 실효성 있고도 구체적인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소위
분업주의와 전업주의에 입각한 책임성있는 강력한 기구와 조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작은 정부 어쩌고 하거나 관련분야에 대한 정부의 감독기능의
효율성과 같은 궁색한 구실을 강변하여 보험감독 기능을 다른 감독기능과
통합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 보험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하고 우리나라
보험산업이 처한 긴박한 처지를 돌아볼줄 알아야한다.

우리나라 보험시장은 이제 완전히 개방되어 있고 외세는 조금이라도
걸리적거리는 장애가 없도록 탄탄대로를 닦아놓으라고 성화이다.

국내 보험시장의 개방은 바로 외세의 경제사회적인 침노를 의미하고
우리의 규제완화는 역설적으로 자칫하면 제대로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외세에 맥없이 농락당할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의 전문성과 보험산업이 처한 대외적인 환경변화의 여건을
도외시하고 이의 감독을 통합감독기구의 동일한 잣대아래 두려는것은
감독의 효율성을 조장하기보다는 오히려 비전문성으로 인한 모순과
내부갈등에 따른 비능률과 혼란을 자초하여 보험및 증권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다분하므로 감독기관을 현행대로 존치함이 타당하며
굳이 3개감독기관간의 업무협조와 조정이 필요하다면 최소규모의
금융감독협의체를 상설기구화하여 기획.조정.통제기능을 부여하면
분업에 따른 전문성과 통합.조정등 운영의 묘를 살릴수 있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