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자회사들이 "소리와의 전쟁"에 나섰다.

쾌적성과 안락성이 전자.자동차 제품 구매의 주요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각 업체들이 일제히 저소음기술을 상품개발의 주요 컨셉트로 삼고 있는 것.

특히 그간 소음 줄이기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자동차회사들은 물론 가전업체들까지 잇따라 저소음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어
기업들간의 "소리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우자동차는 최근 "소리"를 중형차 레간자의 광고컨셉트로 삼아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조용하고 쾌적한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공략한 것.

기아자동차도 마그네슘 헤드커버를 채용, 엔진소음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기술을 크레도스 등 고급승용차에 적용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저소음 저진동 기술은 자동차 업체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기술"이라며 "엔진자체의 소음을 줄이는 기술외에
각종 차폐막을 채용해 소음이 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전자업체들의 저소음기술 개발도 이에 못지않다.

LG전자는 기존 제품에 비해 소음을 절반으로 줄인 청소기 "쉿"을
시판하고 있다.

TV를 보면서도 청소기를 돌릴 수 있을 만큼 조용하다는 게 LG전자의
설명.

LG전자는 창원공장의 생활시스템연구소에 "소음.진동팀"을 두고, 청소기
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주요 가전제품에 이같은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체감소음 분석기술"을 도입,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소음(체감소음)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신제품을 개발중이다.

특히 드럼식 세탁기와 "사이드 바이 사이드"냉장고 등 수입품에
대항하는 고급형 상품에 대해선 "저소음"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울
정도다.

대우전자도 청소기에 주파수 분석을 거친 흡음재를 갖추거나 냉장고에서
나오는 고주파 소음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 사람의 귀에 거슬리는 소음을
없애는 방안을 실용화하고 있다.

또 냉장고 개발팀내에도 따로 소음파트를 두는 등 저소음 제품 개발에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이밖에 정부차원에서 "저소음 표시제도"를 세탁기와 청소기등 가전제품
전반으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가전사들의 저소음기술개발에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는 현재 건설장비에만 적용하고 있는 "소음표시권고제"를 세탁기와
청소기 등 가전제품에도 적용,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산 냉장고의 소음수준은 주력모델 기준으로
25~27dB에 불과해 GE나 월풀 등 외국산의 33~35dB보다 훨씬 낮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소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저소음을 실현하는 것이
마케팅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