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 사랑의 패턴은 다양하다.

프랑스의 시인 자크 프레베르의 "절망이 벤치위에 앉아 있다"는 시에도
그 다양한 패턴이 묘사되어 있다.

"이토록 사납고/이토록 연약하고/이토록 부드럽고/이토록 절망한/이
사랑은 /대낮같이 아름답고/.../이토록 진실한 사랑은/.../이토록
행복하고/이토록 즐겁고/.../상처받고 짓밟히고/부정하고 잊혀진 이
사랑은..."

영화속에 나타나는 사랑도 이처럼 갖가지 유형을 갖고 스토리가
전개된다.

남녀간의 사랑의 원점이라고 할수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첫
사랑이 있다.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가슴이 두근거림이 시작되어 앞뒤를 가리지
못한채 정렬적으로 사랑에 푹 빠져버리는 타입이다.

또 "졸업백서"에서 처럼 타산적인 젊은 남녀의 사랑이 끝내는 진실한
사랑으로 승화되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남녀가 불행한 사건의 돌발로 어찌할수 없이 이별을 하게
되는 "추억"이나 "끝없는 사랑"과 같이 비극으로 끝나는 유형이 있다.

반면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나 "사랑의 행로"에서 처럼 모든
장애와 애로를 극복하고 사랑에 골인하는 타입이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세계를 그린 것은 아니지만 "사랑과 영혼"과 같이
시공을 초월하여 현세와 이승을 넘나들면서 순수한 사랑의 극치를 보여
주는 경우도 있다.

또 연상의 상대를 사랑의 대상으로 삼은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
삼각관계의 사랑을 그린 "테키라 선라이즈", 격렬한 에로스의 세계를
추구한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등의 타입도 있다.

또한 "폴링 인 러브"에서 볼수 있는 불륜의 사랑유형도 있다.

불륜은 깨끗한 다리나 좋은 이미지를 결코 주지 못하는 단어다.

그러나 이를 영화의 경우 불륜을 순애의 경지로 탈색시켜 놓는다.

올해 아카데미상 9개부문을 석권한 "잉글리시 페이션트 (영국인 환자)도
불륜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다.

햄리지 귀족남자와 유부녀인 영국 귀족부인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것이다.

이 고전적인 로맨스가 "저물어가는 20세기에 바치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미루어 오늘날 인간성이 얼마나 황폐해져 있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