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보다 더 극적인 대형사건들.

근근히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세상은 마치 자신과 무관한듯 돌아간다.

가족부양의 무거운 짊을 진 아버지, 모든 것을 포용하지만 때로 지쳐 화를
내는 어머니,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

보통사람들에게 삶이란 이런 가족들이 엮어가는 드라마일지 모른다.

극단 을의 창단공연작 "브라이튼 해변의 비망록"(닐 사이몬작 박재완
연출)은 힘겹지만 사랑이라는 끈으로 버텨가는 한가족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극중 나레이터인 둘째아들 유진역)로
1930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제식구까지 7명의 생계를 책임진 잭은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어려움에
처한다.

설상가상으로 큰아들 스탠리마저 실직하고 처제의 큰딸 노라는 학교를
그만둔채 브로드웨이의 쇼걸이 되려 한다.

신경이 날카로와진 부인 케이트는 여동생 블랑쉬와 충돌한다.

온갖 문제는 가족들의 노력을 통해 잘 해결되는 듯 싶지만 극은 새로운
갈등으로 끝난다.

일단의 친척을 또 떠맡게 될지 모른다는...

힘겨운 상황은 순간의 웃음으로 가려진다.

현실의 고통을 웃음으로 잊어야 하는 모습은 우리자신의 비망록이기도
하다.

연출가 박씨는 "코미디지만 희극성보다 사실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연기연출로 박사학위를 받고 신고식을 갖는 연출가와 대학극출신 배우들이
의기투합하여 올린 첫무대.

프로들이 풍기는 세련된 맛은 없지만 "열린 무대"를 표방하며 함께한
노력이 신선하다.

가족끼리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극일듯.

30일까지 창무포스트극장.

오후4시30분 7시30분(월휴관).

337-5961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