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가 10대 청소년의 전유뮬로 여겨지던 패스트푸드점을 점령했다.

서울 탑골공원 인근 롯데리아 종로3가점에서는 오전 9시께 어김없이
50~60대 실버(노인) 손님들이 몰려든다.

아침나절 이곳을 찾는 노인들은 대략 20~30명정도.

날씨가 쌀쌀하면 따뜻한 실내를 찾아 단골고객들이 평소보다 늘어난다.

노인들이 다방을 제치고 패스트푸드점을 선호(?)하게 된 것은 저렴한
음식값 때문.

햄버거나 사이다 등 음료수가 1천원안팎이니 2천원이 드는 커피보다
용돈을 아껴쓸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식을 시키지 않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즐겨찾는다는 김수웅 할아버지(72)는 "맨처음 들어올 때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썰렁한 공원이나 다방보다 돈도
별로 들지 않고 쉴 수 있는 이곳이 좋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할아버지들끼리 어울려 사업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때로는 할머니들을 한꺼번에 3명씩이나 대접하는 멋쟁이 할아버지도 눈에
띈다.

이러한 연령파괴 현상에 대해 가끔 이곳에서 들른다는 이지숙씨(19)는
"젊게 사시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런 곳을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장유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