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18일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행정대학원 초청
강연과 나라미래준비모임 초청 강연에서 내각제 개헌을 거듭 주장했다.

이는 김총재 자신의 신앙에 가까운 내각제 소신을 다시 확인한데 불과한
것으로 볼수도 있다.

하지만 여권이 "이회창 대표"라는 카드를 사용해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고
국민회의가 이에 맞춰 대선을 겨냥한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는 최근 정치상황
을 고려하면 김총재의 이날 내각제 주장에는 "특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

우선 김총재는 이대표체제 출범에 따른 내부갈등과 합종연횡 움직임을 고려,
이한동 고문 등 이른바 반 이회창세력에 "내각제로 뜻을 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총재가 독일통일을 예로 들며 "통일은 대통령제라야 강력하게 추진할수
있다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견강부회"라고 말한 것은 "권력집중"을 거론했던
이고문이 "통일 때까지는 대통령제를 계속해야 한다"고 물러선데 대한 지적
으로 볼수 있다.

김총재는 또 내각제 수용의사를 밝힌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측에 대해 압박을
가했다.

김총재는 "순수 내각제가 이 시대의 진정한 대안"이라며 내각제의 한 형태로
이원집정제를 제기해온 국민회의측 주장에도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김총재는 "건국이래 역대 대통령 여섯 분이 하나같이 불행한 종말을
맞았으며 생존하는 전직대통령 두 분은 감옥에 가있다"면서 "어느 누구도
변질된 대통령제의 전철에서 못벗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한보사태로 위기에 몰린 김영삼 대통령과 민주계에 대해 "내각제만이
정치적으로 살아남는 길"임을 분명히 하고 내각제 수용을 촉구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김총재가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무총리를 바꾸고 장관을 교체하고 집권당의
진용을 개편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대통령제하의
또다른 새 정권을 들여 세운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고 밝힌 것도
김대통령이 시국수습에 실패할 경우 내각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달라는
강력한 주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김총재가 내건 내각제 깃발아래 과연 각 정치세력이 어느
정도 모여들지는 섣불리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총재 자신도 각 정치세력에 대해 내각제 개헌을 위한 설득과 회유, 압박을
계속해 나가면서 대선준비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김총재는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치세력들이 파편화되는 날이 임박
했으며 자민련은 그들이 방향을 잡고 정치방황에 종지부를 찍을수 있도록
내각제 깃발을 더 높이 내걸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