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정일씨의 최근작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법원으로부터 음란물
판정을 받음에 따라 이 책을 펴낸 김영사의 상무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장정일씨는 현재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법의 잣대로 문학에 대한 제재를 내릴 수 있는가 하는 반론과 문학의
외설성이 갖는 사회역기능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찬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영파일팀에서는 이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연세대 국문과 소설창작부를 찾아 토론을 벌여봤다.

94학번 이화진 김경희 정용일, 95학번 이세진 등 소창부원 4명이 토론에
참석해 이번 장정일사태에 대한 국문학도로서의 의견을 개진했다.

<> 정용일 : 저는 장정일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라는 책을 냈다는 소식과
간륜의 음란물판정으로 그 책이 회수됐다는 소식을 함께 접했어요.

듣기에는 책이 서점에 나온지 1~2주일만이라더군요.

충분한 여론형성의 과정도 없었고 독자들이 비판할 기회조차 안준 것
아닙니까.

이같은 과정이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해요.

<> 김경희 : 저는 여론이 형성되기 전에 금지부터 시켰다는 것은 부차적
문제라고 봐요.

작가가 쓴 하나의 문학작품에 대해 어떻게 감히 심판을 내릴 수 있느냐는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이겠죠.

<> 이화진 : 또 음란의 기준이 도대체 뭔지 묻고 싶군요.

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거 아닌가요.

<> 이세진 : 하지만 저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음란하다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부류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봐요.

장정일의 소설도 성관계의 적나라한 묘사라든가, 순우리말로 된 성기명칭
이 그대로 쓰였다던가 하는 포르노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봐요.

<> 김경희 : 무협지라든가, 본격성애소설 포르노비디오 등 "진짜"음란물은
매우 많아요.

굳이 장정일에게 제재가 가해질 필요가 있었을까요.

<> 정용일 : 아마 장정일이라는 이름이 갖는 효과가 상당했겠죠.

장정일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등 비슷한 기조의
소설을 발표해왔고 그것들이 영화화되면서 꽤 유명해졌어요.

만약 당국에서 음란물에 철퇴를 휘두를 생각이었다면 장정일의 경우 전시
효과가 컸으리라는 생각이에요.

<> 이세진 : 그러면 우리사회의 문화풍토가 음란서적이 마음대로 나돌아도
우리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고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고 보나요.

<> 정용일 : 우리사회가 그정도의 역량은 있다고 보는데...

<> 이세진 :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보면 여고생이 주인공으로 나와
자기보다 20살이 많은 조각가와 온갖 변태적 성행각을 벌이죠.

이 소설이 그냥 방치됐을때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으셨나요.

<> 이화진 : 이 소설은 포르노라 해도 건조하고 어려운 포르노여서 고등
학생들이 즐기리라 보지 않아요.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훨씬 더 쉽고 자극적인 음란물이 많지 않나요.

<> 이세진 : 그럼 반대로 생각해서 이 작품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과연 뭔가요.

<> 김경희 : 문학작품이 꼭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
잖아요.

우선 저같은 독자들이 문학적 향유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고요.

<> 정용일 : 문학작품이 무슨 경전이 아닌데 도덕적 계몽을 줘야한다고
생각할순 없지요.

<> 이세진 : 간륜인가 어디에 보면 음란물을 "상식있는 사람이 거부감을
느끼는 정도"라고 규정을 지어놨더군요.

분명 장정일 소설은 거부감을 주지 않습니까.

<> 정용일 : 글쎄 거부감을 좀 느끼면 안되나요.

내 생각에 거부감을 느껴지는 것을 목적으로 쓰는 작가도 있고 그것을
즐기는 독자도 있는데 무조건 매도할 수는 없는 거지요.

<> 이화진 : 게다가 그같은 규정에는 찬동할 수 없어요.

즉 너희들은 우리가 가려주는 것만 읽도록 해라는 뜻 아닙니까.

음란물대책협의회라든가, 간륜이라든가 그런 단체가 유지된다는 것은 독자
들을 농락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 정리=권수경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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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 Y-파일 담당자앞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