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안광구 <통상산업부 장관>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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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광구 통상산업부 장관이 내놓은 요즘 상황에 대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
했다.
"업계와 호흡을 같이 하겠다"는 것이다.
업게의 애로가 무엇이고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가를 있는 그대로 파악해
최대한 반영하겠다는게 그의 "단순하면서도 뜻깊은" 정책관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은 때라서 분위기 맞추어 주느라고 공연히 해보는 말이
아니었다.
통상산업부 사무관에서 출발해 장관이 되기까지 보아온 내력이 그러했다.
무역적자가 불어나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체질이 약화되는 과정이
진행돼온게 하루이틀의 일이 아닌데 그동안 현장의 목소리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사무관 때부터 통상산업정책의 현장을 지켜온 그답게 장관이 되면서 세워
놓은 계획도 많아 보였다.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데다 통산부의 일이 대부분 다른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어서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새로 산업과 무역정책 사령탑을 맡은 안장관을 만나 국제수지 적자가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기업의 투자마인드도 극도로 악화돼 있는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들어보았다.
[[ 약력 ]]
<>경동고, 서울대 행정학과
<>상공부 산업정책국장 전자전기공업국장
<>특허청 항고심판소장
<>상공부 기획관리실장, 제2차관보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
[[[ 대담 = 정만호 경제부장 ]]]
-다소 늦었습니다만 장관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여러가지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한 발탁인사로 해석되고 있는데요,
각오가 남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공직자가 자리를 기대하고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게 공직을 출발할 때부터의
생각입니다.
언제든 자리를 내놓을수 있다는 다짐으로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상공부 사무관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우리나라 통상산업정책의
문제점과 개선할 대목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어디부터 풀어갈 생각인지요.
"정책도 그렇고 기업도 마찬가지죠.
발상의 전환으로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앞으로 통상산업부는 업계의 편에 설 것입니다.
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애로를 풀어주는 데 모든 힘이 모아질 것입니다.
기업들도 체질을 바꾸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상황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기업의 체력도 약해져 있고요.
"각오"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고성장 이후에 나타나는 경기순환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체질
약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데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해놓은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비관적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올해부터는 "선언"보다는 "실천"이 강조될 것입니다.
그동안 제목만 열거된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시행
되고 고비용구조 해결을 위한 실천적인 대안도 마련될 것입니다"
-그동안 구상을 많이 해놓은 것 같습니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어떤 복안이 있습니까.
"왜 경쟁력이 약해졌느냐에서 출발하면 대책은 명확해 집니다.
약화원인은 생산요소 비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점입니다.
굳이 통계치까지 제시하지는 않겠습니다.
임금과 땅값 물류비 금리 그어느하나 경쟁상대보다 싼게 없는 실정입니다.
이것의 결과적인 성적표가 바로 "무역적자 2백억달러"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겠습니까.
과연 이런 상황을 풀어갈 대안이 있느냐는 거지요.
"소극적인 측면과 적극적인 측면 두가지로 해결책을 제시할수 있습니다.
소극적인 대책은 요소비용을 줄이는 겁니다.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필요하고 금융산업도 자금 조달비용이나
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개편돼야 합니다.
물론 공장용지도 싼 값에 공급돼야 겠지요.
보다 적극적인 대책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할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설비개체나 인력양성을 통해 시설효율과 노동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기술개발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엔 산업기술혁신을 외치는 통산부의 목소리가 커질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경쟁력 10% 높이기 시책도 가시화되도록 힘을
쏟겠습니다.
모든 대책은 업종별로 손에 잡히도록 짜겠습니다.
기존의 각종 계획들도 좀더 구체화되도록 다시 손을 볼 예정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무역적자가 문젭니다.
쉽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요.
"간단히 말하자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최소화하는 일일 테지요.
그동안 내놓은 대책들이 이제 서서히 가시화되는 시점입니다.
여기에다가 매우 구체적인 업종별 처방을 더하면 상황은 나아질 것입니다.
이번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어느 업종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들어
보고 어지간하면 수용한다는 자세로 대할 생각입니다.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될 일입니다만 통상산업부로서는 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는데 전력을 쏟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상품을 사는 건 다른 나라니까 올해는 시장개척단이나 구매촉진단
도 많이 내보낼 예정이에요"
-작년에도 사실 소비재수입을 억제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묘안을 짜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별로 성과도 없었고 올해도 그럴 것 같아요.
막을 도리가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올해는 조금은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경기도 안좋고 임금상승률도 둔화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소비재수입 수요가 줄어들겠지요.
물론 정부도 생각이 있습니다.
질좋고 값싼 국산품을 만들면 누가 외제를 쓰겠느냐고 한다면 할말이
없습니다만 소비자들이 수입품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관행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어요.
관세청의 수입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유통경로를 개선하면 수입품 소비도
합리화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수출부진의 주원인은 역시 반도체였습니다.
전체 적자가 2백3억달러인데 반도체에서 당초 예상보다 차질이 생긴게
1백30억달러였습니다.
국제시장의 상황이 돌변하는 것을 우리가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만 우리
수출이 너무 특정산업에 편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마치 60년대에 하던 얘기 같지만 수출상품을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제 정부가 어느 산업을 키우고 줄이고 할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모든 분야에서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력산업을 선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른바 후퇴산업이라고 하는 섬유도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확보하느냐 여부가 중요하지요"
-한데 요즘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예나 다름이 없습니다.
정부가 개입할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는데 기업이 신규 진출하는 것을
안된다고 막은 사례도 있고요.
"제철업을 말하는 것 같은데, 사실 법적으로만 본다면 정부가 가타부타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대규모의 자금과 환경문제 등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는 사안엔 정부가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이 가는데도 정부가 나몰라라 하고 방관할 수는
없는일 아닙니까.
제철업의 경우에도 민간이 중심이 된 공업발전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수렴
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줄수 있는 사안엔 앞으로도 정부가 계속
의견을 내놓겠다는 것입니까.
결과적으론 정부의 개입이 되는데.
"한국의 경제는 시장경제 체제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특정업종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기업이 새로 특정업종을 시작하려면 공장도 짓고 자금도 들여오고 해야
할텐데, 이런 일은 어차피 관련당국과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건 개입이 아니라 일이 처리되는 과정입니다.
국가경제 전체의 장래를 다같이 걱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해와는 달리 중소기업 지원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될 것 같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부도가 늘고 우선적으로 중소기업부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지요.
선거를 치르는데도 악재지요.
"창업보육센터 건립이라든가 재정지원 판로지원 등 경쟁력강화 대책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수출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올해 수출보험 인수한도 18조원 가운데 7조5천억원이상을 중소기업에 배정
하고 무역금융 융자단가도 상향 조정토록 추진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자금이 문젠데 신용대출을 쉽게 받을수 있도록 신용보증 한도를
매출액의 2분의 1 또는 최근 6개월 매출액 범위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도 중요한데요, 대기업들의 횡포를 억제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불공정거래 대기업의 명단을 공표할 작정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여러가지들을 요구합니다만 사실 경제계의 요구를
요악하자면 한가집니다.
규제를 말라는 거지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규제가 없는 것보다 있는게 낫다"는 겁니다.
규제가 있으면 될 것과 안될 것이 투명하게 구분되는데 규제가 없다면서도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거예요.
정부가 행정규제 완화를 끊임없이 외쳐대지만 기업인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부동산 투기억제나 수도권 집중방지 등 정부의 기본정책방향과 어긋나서
규제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지이용이나 금융 등에서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아 그런 느낌
들을 갖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이나 안전처럼 국민생활의 질적 보호를 위해 규제가 불가피한 부문도
있구요.
앞으로 경쟁력 제고와 조화를 이룰수 있도록 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노력을 경주해 가겠습니다"
-업종전문화 시책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정부가 정책을 세워놓고 실효성도
없는데 자존심 때문에 고집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존심은 아니고요, 업종전문화는 기본적으로 금융자율화가 진행되면서
정책여건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종전같이 정책적으로 배려해 줄수 있는 수단이 없어졌어요.
그런 정책은 이제 의미가 퇴색됐다고 생각합니다"
-재계하고 통상산업부 간에 대화통로가 없다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기업이 무엇을 추진하면 정부가 안된다고 하는 일이 자주 생기는 것도
그래서가 아니냐는 거지요.
"관청이 사실 좀 권위주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업계와 호흡을 같이하는 통산부장관"이 될 것입니다.
통산부의 존재 목적은 업계의 갈증을 제때 파악해서 해갈시켜 주는데
있습니다.
만일 우리 직원이 이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통산부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직원들을 현장에 보내서 애로를 파악하게 해서 통산부가 업계의 기획실처럼
운영되게 할 작정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 정리=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6일자).
안광구 통상산업부 장관이 내놓은 요즘 상황에 대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
했다.
"업계와 호흡을 같이 하겠다"는 것이다.
업게의 애로가 무엇이고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가를 있는 그대로 파악해
최대한 반영하겠다는게 그의 "단순하면서도 뜻깊은" 정책관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은 때라서 분위기 맞추어 주느라고 공연히 해보는 말이
아니었다.
통상산업부 사무관에서 출발해 장관이 되기까지 보아온 내력이 그러했다.
무역적자가 불어나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체질이 약화되는 과정이
진행돼온게 하루이틀의 일이 아닌데 그동안 현장의 목소리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사무관 때부터 통상산업정책의 현장을 지켜온 그답게 장관이 되면서 세워
놓은 계획도 많아 보였다.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데다 통산부의 일이 대부분 다른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어서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새로 산업과 무역정책 사령탑을 맡은 안장관을 만나 국제수지 적자가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기업의 투자마인드도 극도로 악화돼 있는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들어보았다.
[[ 약력 ]]
<>경동고, 서울대 행정학과
<>상공부 산업정책국장 전자전기공업국장
<>특허청 항고심판소장
<>상공부 기획관리실장, 제2차관보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
[[[ 대담 = 정만호 경제부장 ]]]
-다소 늦었습니다만 장관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여러가지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한 발탁인사로 해석되고 있는데요,
각오가 남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공직자가 자리를 기대하고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게 공직을 출발할 때부터의
생각입니다.
언제든 자리를 내놓을수 있다는 다짐으로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상공부 사무관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우리나라 통상산업정책의
문제점과 개선할 대목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어디부터 풀어갈 생각인지요.
"정책도 그렇고 기업도 마찬가지죠.
발상의 전환으로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앞으로 통상산업부는 업계의 편에 설 것입니다.
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애로를 풀어주는 데 모든 힘이 모아질 것입니다.
기업들도 체질을 바꾸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상황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기업의 체력도 약해져 있고요.
"각오"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고성장 이후에 나타나는 경기순환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체질
약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데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해놓은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비관적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올해부터는 "선언"보다는 "실천"이 강조될 것입니다.
그동안 제목만 열거된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시행
되고 고비용구조 해결을 위한 실천적인 대안도 마련될 것입니다"
-그동안 구상을 많이 해놓은 것 같습니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어떤 복안이 있습니까.
"왜 경쟁력이 약해졌느냐에서 출발하면 대책은 명확해 집니다.
약화원인은 생산요소 비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점입니다.
굳이 통계치까지 제시하지는 않겠습니다.
임금과 땅값 물류비 금리 그어느하나 경쟁상대보다 싼게 없는 실정입니다.
이것의 결과적인 성적표가 바로 "무역적자 2백억달러"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겠습니까.
과연 이런 상황을 풀어갈 대안이 있느냐는 거지요.
"소극적인 측면과 적극적인 측면 두가지로 해결책을 제시할수 있습니다.
소극적인 대책은 요소비용을 줄이는 겁니다.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필요하고 금융산업도 자금 조달비용이나
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개편돼야 합니다.
물론 공장용지도 싼 값에 공급돼야 겠지요.
보다 적극적인 대책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할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설비개체나 인력양성을 통해 시설효율과 노동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기술개발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엔 산업기술혁신을 외치는 통산부의 목소리가 커질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경쟁력 10% 높이기 시책도 가시화되도록 힘을
쏟겠습니다.
모든 대책은 업종별로 손에 잡히도록 짜겠습니다.
기존의 각종 계획들도 좀더 구체화되도록 다시 손을 볼 예정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무역적자가 문젭니다.
쉽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요.
"간단히 말하자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최소화하는 일일 테지요.
그동안 내놓은 대책들이 이제 서서히 가시화되는 시점입니다.
여기에다가 매우 구체적인 업종별 처방을 더하면 상황은 나아질 것입니다.
이번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어느 업종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들어
보고 어지간하면 수용한다는 자세로 대할 생각입니다.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될 일입니다만 통상산업부로서는 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는데 전력을 쏟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상품을 사는 건 다른 나라니까 올해는 시장개척단이나 구매촉진단
도 많이 내보낼 예정이에요"
-작년에도 사실 소비재수입을 억제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묘안을 짜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별로 성과도 없었고 올해도 그럴 것 같아요.
막을 도리가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올해는 조금은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경기도 안좋고 임금상승률도 둔화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소비재수입 수요가 줄어들겠지요.
물론 정부도 생각이 있습니다.
질좋고 값싼 국산품을 만들면 누가 외제를 쓰겠느냐고 한다면 할말이
없습니다만 소비자들이 수입품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관행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어요.
관세청의 수입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유통경로를 개선하면 수입품 소비도
합리화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수출부진의 주원인은 역시 반도체였습니다.
전체 적자가 2백3억달러인데 반도체에서 당초 예상보다 차질이 생긴게
1백30억달러였습니다.
국제시장의 상황이 돌변하는 것을 우리가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만 우리
수출이 너무 특정산업에 편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마치 60년대에 하던 얘기 같지만 수출상품을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제 정부가 어느 산업을 키우고 줄이고 할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모든 분야에서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력산업을 선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른바 후퇴산업이라고 하는 섬유도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확보하느냐 여부가 중요하지요"
-한데 요즘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예나 다름이 없습니다.
정부가 개입할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는데 기업이 신규 진출하는 것을
안된다고 막은 사례도 있고요.
"제철업을 말하는 것 같은데, 사실 법적으로만 본다면 정부가 가타부타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대규모의 자금과 환경문제 등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는 사안엔 정부가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이 가는데도 정부가 나몰라라 하고 방관할 수는
없는일 아닙니까.
제철업의 경우에도 민간이 중심이 된 공업발전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수렴
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줄수 있는 사안엔 앞으로도 정부가 계속
의견을 내놓겠다는 것입니까.
결과적으론 정부의 개입이 되는데.
"한국의 경제는 시장경제 체제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특정업종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기업이 새로 특정업종을 시작하려면 공장도 짓고 자금도 들여오고 해야
할텐데, 이런 일은 어차피 관련당국과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건 개입이 아니라 일이 처리되는 과정입니다.
국가경제 전체의 장래를 다같이 걱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해와는 달리 중소기업 지원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될 것 같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부도가 늘고 우선적으로 중소기업부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지요.
선거를 치르는데도 악재지요.
"창업보육센터 건립이라든가 재정지원 판로지원 등 경쟁력강화 대책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수출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올해 수출보험 인수한도 18조원 가운데 7조5천억원이상을 중소기업에 배정
하고 무역금융 융자단가도 상향 조정토록 추진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자금이 문젠데 신용대출을 쉽게 받을수 있도록 신용보증 한도를
매출액의 2분의 1 또는 최근 6개월 매출액 범위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도 중요한데요, 대기업들의 횡포를 억제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불공정거래 대기업의 명단을 공표할 작정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여러가지들을 요구합니다만 사실 경제계의 요구를
요악하자면 한가집니다.
규제를 말라는 거지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규제가 없는 것보다 있는게 낫다"는 겁니다.
규제가 있으면 될 것과 안될 것이 투명하게 구분되는데 규제가 없다면서도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거예요.
정부가 행정규제 완화를 끊임없이 외쳐대지만 기업인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부동산 투기억제나 수도권 집중방지 등 정부의 기본정책방향과 어긋나서
규제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지이용이나 금융 등에서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아 그런 느낌
들을 갖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이나 안전처럼 국민생활의 질적 보호를 위해 규제가 불가피한 부문도
있구요.
앞으로 경쟁력 제고와 조화를 이룰수 있도록 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노력을 경주해 가겠습니다"
-업종전문화 시책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정부가 정책을 세워놓고 실효성도
없는데 자존심 때문에 고집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존심은 아니고요, 업종전문화는 기본적으로 금융자율화가 진행되면서
정책여건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종전같이 정책적으로 배려해 줄수 있는 수단이 없어졌어요.
그런 정책은 이제 의미가 퇴색됐다고 생각합니다"
-재계하고 통상산업부 간에 대화통로가 없다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기업이 무엇을 추진하면 정부가 안된다고 하는 일이 자주 생기는 것도
그래서가 아니냐는 거지요.
"관청이 사실 좀 권위주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업계와 호흡을 같이하는 통산부장관"이 될 것입니다.
통산부의 존재 목적은 업계의 갈증을 제때 파악해서 해갈시켜 주는데
있습니다.
만일 우리 직원이 이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통산부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직원들을 현장에 보내서 애로를 파악하게 해서 통산부가 업계의 기획실처럼
운영되게 할 작정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 정리=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