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소문의 골자는 "쌍용과 벤츠의 지분확대 협상이 결렬돼 쌍용그룹이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고 삼성에 매각키로 했다"는 것.

"쌍용자동차가 조성중인 대구 구지공장부지 62만평이 삼성에 매각된다"는
설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의 쌍용자동차 인수설은 쌍용자동차의 주가가 급등한 지난달 22일께
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쌍용자동차가 기업공시를 통해 삼성그룹 피인수설을 전면부인하고 나섰지만
주가 상승세는 꺾일줄 몰랐다.

19일 현재 쌍용자동차 주가는 8천9백60원.

한달새 80%나 올랐다.

여기에 쌍용자동차 주식 거래량의 상당수가 쌍용투자증권 창구를 거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쌍용과 메르세데스 벤츠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고 삼성이 쌍용을
빼돌려 놓고 직접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벤츠와 모종의 협상을
벌였다는 소문까지 가세하면서 "쌍용자동차에 뭔가 큰 변화가 있다"는 추측
이 나돌고 있다.

과연 쌍용자동차는 삼성과 인수협상을 진행중인가.

이에대해 당사자인 쌍용그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쌍용그룹 종합조정실장 김덕환사장은 "내년 하반기 중대형승용차 시판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이다.

투자가 거의 완료된 상태에서 매각을 검토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소문의 발단인 "쌍용-벤츠간 협상 결렬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쌍용의 한 관계자는 "협상이 아직 진행중이며 이달말께나 가야 결과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벤츠-쌍용의 협상은 아직 평행선상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서로의 입장차가 워낙 크다는 것이다.

핵심은 경영권에 있다.

쌍용은 벤츠에 지분은 내주겠지만 경영권만은 안내준다는 것이고 벤츠는
경영권까지 달라는 주장이다.

쌍용은 쌍용자동차의 경영권 대신 별도의 합작 판매법인을 세워 경영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벤츠측은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
이라는 것이다.

쌍용자동차는 "갑작스런 상한가 행진을 떠받칠만한 사실이라고는 최근
호전되고 있는 영업실적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쌍용은 17일 창사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나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단기실적 호전이 누적부채 3조원, 누적적자가 4천5백억원
이나 되는 기업의 주가를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삼성측도 쌍용인수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쌍용을 인수하는 계획을 세워본 적도 없다. 현재 자동차사업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지프형자동차를 생산하는 쌍용공장은 삼성의
장기계획에도 필요없는 공장"(삼성그룹 비서실 기획팀장 지승림전무)이라는
것.

그러나 삼성내 일부에서는 쌍용과의 접촉설, 벤츠와의 접촉설을 시인하는
듯한 분위기도 있다.

업계는 만약 쌍용-벤츠 협상이 결렬되면 쌍용그룹의 자동차사업 확대
계획은 꽤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벤츠가 쌍용과의 협력을 현수준에서 멈추고 아예 삼성과 손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그럴 경우 쌍용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기 때문에 삼성과 쌍용의 매각
협상 가능성이 제기 되었으리라는 지적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증시에서 흔히 있는 "작전"을 위한 루머"였다는
소문도 없지 않다.

일부 큰손들의 장난이었다는 설과 함께 쌍용측도 지난6월 발행한 5백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 전환청구기간이 연말부터 시작됨에 따라 주식전환
물량을 늘리기 위해 이를 방관해 왔다는 소문이다.

여하튼 확실한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주가 상승이 실제 쌍용자동차가 쌍용그룹에서 삼성이나 벤츠로 "위치이동"
을 앞뒀기 때문인지 단순한 "작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쌍용 삼성 양측의
주장대로 해프닝이었는지는 두고볼 일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