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잠으로 가는,
잠에서 깨어나
짧은 꿈을 아쉬워하는,

죽음으로 가서
상처 투성이의 삶을 뉘우치는,
못다한 일들
미련한 목숨
그냥 남기고 온,
죽음으로 가서
깨어나 다시 보는,

맺히고 원망하는
응어리는 사라져서 없고
어둠 깊이 피 흘리는
자취만 남아 있다.

샛바람,
폐허의 덤불에서 서걱이는
앞서 간
사람들의 말소리

따라오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시집 "먼 기다림 속에서"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