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포항제철이 내달 중순부터 가동예정인 미니밀 열연강판을 기존 제품보다
싸게 팔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한보철강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미 미니밀을 통해 열연강판을 생산하고 있는 한보는 포철을 따라
가격을 내리자니 수익성등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자니 팔리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포철은 내달부터 가동되는 연산 1백만t급 미니밀의 열연강판 값을
t당 23만5천7백80원으로 기존 제품(25만6천2백80만원)보다 8% 싸게
팔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니밀에서 나오는 열연강판은 고로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는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값을 낮게 유지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문제는 한보가 포철의 이같은 전략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작년 8월부터 미니밀을 본격 가동중인 한보는 현재 열연강판을 포철의
고로방식 제품과 같은 t당 25만6천2백80원에 팔고 있다.

당초 시제품은 t당 28만원선에 내놓았었으나 포철 제품과 경쟁이 안돼
지난해말 가격을 내렸었다.

한보의 고민은 포철의 가격인하에 맞춰 또다시 열연강판 값을 내리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

한보는 일단 포철 처럼 값을 인하하면 미니밀 열연강판이 고로방식의
열연강판보다 품질이 뒤진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어서 극히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럴 경우 미니밀 열연강판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더라도 가격을 다시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탓이다.

게다가 당장의 수익성에도 문제가 된다.

한보는 지난 상반기중에만 약9백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런 형편에 열연강판 값을 내린다면 적자폭이 더 커질게 분명하다.

그래서 한보는 포철에 미니밀 열연강판 가격을 기존 제품 값 정도로
유지해 줄 것을 비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은 이에 대해 "열연강판의 국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자동차 조선등 수요업계의 불황타개 지원을 위해 가격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

한보 관계자는 "포철이 미니밀 열연강판 값 인하를 발표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라며 "포철이
미니밀을 본격 가동하려면 앞으로 한달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기때문에
그때까지 시장상황을 보다 면밀히 분석해 가격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