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는 분이 어려운 질문을 하나 해왔다.

그분의 아들이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라고 묻는데 어떤
대답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부자가 아니지만,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분을 오랫동안
모시고 있다보니 그런 질문을 받게 된 것 같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자들을 보면, 자라난 환경이나 출세한 과정, 분야
등이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뚜렷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우선 무언가에 미칠 정도로 몰입하는 자세,그 과정에서의 자기 희생,
인간의 건전한 이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것,그럼으로써 인류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돈(부)만을 목표로 삼는 사람은 자기가 셀 수 있는 만큼의
부만이 가능하며, 자신의 이기심만을 만족시키려는 사람은 결코 커다란
부자가 될 수 없다.

동네에서 인정 받는 사람은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야말로 세계적인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옛날같이 제도나 시스템이 정립되기 이전에는 많은
"기회"들이 있었지만, 세상이 보다 제도화되고 치밀해지면서 그러한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세상이 진보할수록 오히려 "기회"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다양해진다.

카네기 록펠러 포드 마쓰시다 혼다 정주영 이병철 등 제조업 분야의
부자들,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영화계,빌 게이츠 같은 전자업계는 물론,
마이클 잭슨이나 빌 코스비 실베스터스텔론 같은 연예계, 잭 니클로스나
마이클 조던 같은 스포츠계의 부자들은 보다 다양해진 현대생활이 낳은
부자들이다.

한국에도 프로야구나 농구선수들, 신승훈이나 김건모 같은 연예인들이
이제는 부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소프트웨어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사와 같은
벤처 기업이다.

예전에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자금이 없어 실용화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으나,미국의 많은 벤처 기업들이 나스닥(NASDAQ)을 통해 크게
성장하였듯이 한국에서도 코스닥(KOSDAQ)시장을 통해 유망 벤처 기업들의
성장이 가능해졌다.

우리는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후손들이다.

새로운 세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젊은 세대가있고, 그것을 적극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살아있는 한, 이 땅에서도 세계적인 부자가 얼마든지
탄생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