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청와대정무수석은 18일오전 예고없이 청와대기자실을 찾아와
여야영수회담이 무산된데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했다.

이수석이 공식적인 일로 기자실을 방문한 것은 정무수석취임후 처음으로
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수석은 먼저 "대통령께서 야당대표들을 만나자고 한것은 모처럼
국회가 어렵게 정상화됐고 북한상황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라고
제의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수석은 "영수회담이 다른 이유로 무산된 것을 대통령이 몹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4.11총선 이후 화합을 통한 큰 정치를 실현하고
21세기를 맞아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만들기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김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

이날 이수석이 전한 김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영수회담이 무산된데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또 영수회담은 언제나 다시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청와대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날 이수석이 전한 내용은 청와대분위기가 불과 이틀전하고는
상당히 달라진 느낌을 주고 있다.

이틀전만해도 청와대참모들은 "사실을 말한 이신범의원이 잘못한게
뭐 있느냐"며 "사과는 말도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영수회담의 성사여부는 야당이 알아서 할일이지 여권으로서는 무산돼도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대통령은 이수석을 통해 "안타깝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표현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으로 미루어 대통령이 모종의 중대한 대북정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번에 영수회담을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중대한 결단을 야당총재에게
전달하고 동의를 구하려 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무성하다.

외신은 마침 이날 미국의 3개 연구소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연내에
붕괴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외신보도가 사실이라면 정치권은 지금 이럴때가 아니다.

최완수 < 정치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