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통계지수 몇개 가지고 일희일비할 성격이 아니다.

전체의 추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금년 5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대비 9.8%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는 무리다.

왜냐하면 금년 산업생산이 작년 5월의 12.7%에 비하면 분명히 낮은 숫자
이고 재고가 작년 5월 5.0%에서 금년 5월은 20.6%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내수용 소비재 출하도 작년 5월 6.3%에서 금년 5월은 10.2%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비록 산업생산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재고로 쌓이거나 밀어내기
판매로 출하지수만 높였다고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또 수출도 작년 5월 17.7%에서 금년 5월 10.6%로 별로 많이 하락하지
않았다고 볼지 모르나 이것 역시 물량기준으로 본 것이고 실제 가격기준으로
보면 35.5%에서 6.8%로 엄청난 감소를 보이고 있다.

L/C내도액의 경우도 작년 5월 27.6%에서 금년 5월 -10.5%로 급감하고 있고
5월말 경상수지 적자가 81억달러를 넘어선 것을 보면 우리 경제가 좋아진다
고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특히 기계류 수입액이 작년 5월 43.9%에서 금년 5월에 7.8%로 현저히
줄어들었고 건축허가 면적도 작년 5월의 52.3%에서 금년 5월은 -18.8%로
줄어든 것만 보아도 설비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런 지표들은 우리경제의 침체를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적신호들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5월중 산업생산이 늘었다는 것만 가지고 경제가 호전의
기미를 보인다고 설명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경기는 사이클을 그릴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문제라고 하면서 아무도 이에 대하여 개선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옮기지 않고 있다.

각종 규제로 인한 기업의 간접비용증가와 효율저하를 그렇게 외쳐도
근본적인 규제완화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임금문제만해도 매년 두자리 숫자로 오르고 있고 산업평화가 이루어질수
있는 법적 제도적 정비도 안된채 불쑥 내어 놓은 신노동정책이 산업계분규를
부추긴 결과가 되고 있다.

손병두 < 한국경제연 부원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