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 동국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 >

우리나라는 지금 두가지 측면에서 시급한 "물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수량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수질의 문제이다.

우선 수량적인 측면을 보면 한마디로 물이 부족하다.

현재도 용인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용수공급계획을 세우지 못해 아파트
신규건축이 중단되고 있고, 해안 도서지역과 일부 내륙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식수마저 모자라는 말할수 없는 고통을 해마다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2001년에는 용수 예비율이 2%로,
그리고 2006년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져 미국의 인구행동연구소(PAI)가 최근
전망하였듯이 2000년대의 한국은 "물기근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아프리카나 중동 어느 나라의 일로만 여기던 현상이 바로 우리의 현실로
닥친 것이다.

수질문제는 또 어떠한가.

정부의 맑은 물 공급대책 (93~97년)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하천 수질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자연히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여 수돗물을 그냥 먹는
국민은 95년도의 경우 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수질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국민들은 집집마다 수돗물을 끓이고, 정수기를 달며, 휘발유보다 비싸다는
생수를 사먹는등 국가적 낭비가 막심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것이
수자원관리체계의 개선방안이다.

이는 수량과 수질의 물관리업무를 총괄케 하자는 안이다.

이 안이 적극 제기되고 있는 주요 배경은 하천수질 개선을 위한 댐방류량
조절 등에 관한 협조의 어려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수자원
부문의 인력 및 예산과 그에 따른 낮은 업무 우선순위, 통합에 다른 정부
기구와 인력의 축소 효과 그리고 일부 외국의 예 등이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시화호의 경우에서 잘나타나듯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의 피해와 부작용을 생각할때 타당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대 행정의 획일성과 능률성에 근거를 두고 있은 통합주장
의 근거들에 다음과 같은 반대논리가 제시될수 있음을 되새겨봐야 한다.

첫째, 절대 수량이 부족한 상황하에서는 어떠한 관리체계하에서도 수질
개선을 위해 규제와 감시를 본분으로 하는 부서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환경파괴"행위인 수자원 개발업무까지 담당한다면 자기모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개발부서에서 수자원부문이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가 낮기 때문에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면 환경부에서는 우선 순위를 높여 적극 환경
파괴에 나서겠다는 뜻인가 라는 물음도 가능하다.

자칫 환경보호라는 토끼도, 적기 개발이라는 토끼도 다 놓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셋째, 현재의 조직과 업무가 중복되지 않아 합쳐도 기구축소에 따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넷째, 물을 통합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의 일부 나라들은 강우나
지형조건 등이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고 오히려 미국이나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동남아 동지에서는 양과 질을 분리하여 관리한다는
점이다.

과거 성장과 개발의 논리에 밀려 훼손한 자연을 보고 오늘날 우리가
얼마나 아타까워하고 있으며, 또 앞으로 우리가 치러야 할 댓가는 얼마나
클 것인가 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제는 개발과 관리의 주체가 누가되든
경제발전과 생산성 제고만큼이나 환경보호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겠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우리 국민들은 이번 물관리 일원화 논의도 그러한 충정으로 나온 정부측
노력의 하나로 이해하고 싶다.

따라서 이번 문제는 부처이기주의의 차원에서 과감히 벗어나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의 발전 목표를 달성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개발부서에는 지금까지 개발일변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환경마인드
를 체질화하는 노력을, 환경부에는 본연의 업무에 더욱 효율성을 기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주길 기대한다.

끝으로 인위적인 통폐합이나 일원화보다는 관련업무를 총괄.조정하는
기구의 설치나 관련법이 제정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 채 협려하는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심각한 국가적 사안으로 대두된 물문제가 원활히 해결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은 물관리의 일원화 주장이 마치 건설비리가 많아 부실시공이 자주
발생하니 감사원(혹은 검찰)이 직접 건설업무를 관장하겠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