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레미콘 공급중단사태 까지 발생하자
수도권에 건설현장을 갖고 있는 대형건설회사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선경건설, 현대건설, 동아건설 등 대형업체들은
레미콘업체들이 9일부터 가격인상을 요구하며 수도권에 공급을 중단하자
긴급을 요하는 현장에레미콘과 시멘트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레미콘이
투입되지 않는 공종을 먼저 시공하는 것을 비롯, 구득난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일본 등지로부터 시멘트를 수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종암동 재개발아파트 등 수도권에 13개 건설현장이 있는 선경건설은
이들지역에 하루에 필요한 레미콘이 3천5백입방m에 달하지만 당분간 투입
가능한 물량이 1천입방m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현장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이 물량을 배분하고 있다.

선경은 그러나 이달 중 물량이 소진될 것에 대비, 장마철을 피해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일본, 중국 등지로부터 수입한 시멘트를 임가공형태로
이를 레미콘업체들에 제공, 레미콘으로 재공급받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멘트의 경우 이달 말까지 포대당 40 짜리 8만포대와 벌크
시멘트5천t이 필요하나 각각 4만포대, 3천t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당분간 공장에서 직출하된 것보다 20~30% 비싼 대리점 구매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서강대교 등 수도권 지역에 전체 공사물량의 35%에 해당하는 1백46개
건설현장을 갖고있는 현대건설은 이미 계약돼 반입될 레미콘을 급한 현장에
우선 투입하고레미콘없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종을 우선적으로 시공키로
했다.

또 다른 대형업체들과 함께 일본 등지로부터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시멘트를 수입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동아건설도 전국 37개 현장에서 이달 말까지 포장된 시멘트 27만t과
벌크 시멘트 37만2천t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공급부족으로 이중
75~80% 선을 확보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아는 이에 따라 다른 업체들과 공동으로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한일시멘트 등 사일로를 갖춘 시멘트업체들에 적정 수입물량을 의뢰,
이들이 수입한 물량을 다시 사들이는 방법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이달 말까지 벌크 시멘트 2만8천t이 필요
하지만 현재상태를 감안할 때 하루평균 3백5t 정도를 확보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대신 포대에담긴 시멘트(포시멘트)의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당분간 부족분을 채우기로 했다.

이밖에 대림산업은 하왕십리 2-1 재개발아파트 등 50여군데 현장에 투입
해야 할 물량이 5천 에 달하지만 레미콘 공급중단으로 공사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업체외에 공사물량이 많은 대형업체들 대부분이
공사차질을 겪고 있으며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아파트 입주지연 등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며 "불량시멘트가 일부 현장에서 다시 판치는
고질적인 병폐가 재연되는 일을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