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테스트 드라이버"제라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서비스제도를
도입키로 한것은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소비자 모니터링을 통한 새로운
대고객 서비스경쟁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할수 있다.

테스트 드라이버제란 한마디로 고객들에게 일정기간 자동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제품의 품질전반에 관한 사항을 모니터하겠다는 것이다.

대우는 이 제도를 금년초 영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결과 반응이 좋아
국내 도입을 서두르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가전제품의 경우 소비자 모니터링이 일반화돼왔으나 고가제품인
자동차에 이같은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성공여부를 떠나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그런 점에서 대우의 이번 결정은 지난8월 현대자동차의 리콜제 시행에
버금가는 과감한 시도라고 할 만하다.

리콜제가 부품의 결함등을 고쳐주기위한 애프터서비스(AS)강화조치라면
테스트 드라이버제는 소비자들이 직접 결함을 미리 발견토록해 개선하자는
"비포( Before )서비스"라고 할수 있다.

이제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판매경쟁 못지 않은 서비스경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된 셈이다.

그동안 우리 자동차산업은 3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올해에는 세계 5대생산국 진입이 확실시되며 2000년에는
연간 약450만대를 생산하여 미.일.독에 이어 4대 생산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대고객 서비스수준은 자동차강국의
이미지를 부끄럽게 할 정도로 후진성을 면치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본격적인 국내 자동차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우리 업계가 가장
신경을 써야할 분야가 바로 이 서비스체제강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서비스체제는 신기술개발 등과는 달리 맘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개선할수
있는 분야이다.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결과는 수입차 구입을 꺼리는 국내소비자의
50%가량이 신속한 부품공급 등이 어려워 AS가 미흡할 것이기 때문에
외제차를 사고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국산차가 수입차와 경쟁해서 이길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고객서비스에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 자동차산업이 2000년 이후에도 성장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신기술개발과 새로운 생산체제도입, 환경과 안전규제강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부품산업육성 등의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앞으로 메이커간의 기술과 품질은 거의
평준화될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WTO(세계무역기구)체제하의 무한 판매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무기는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좋은 브랜드 이미지와 기업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자동차업계가 뒤늦게나마 대고객 서비스경쟁에
나섰다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이번 대우자동차의 소비자품질평가제 도입이 자동차업계의 고객중심
경영노력에 박차를 가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