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화국에서 김영삼정부로 넘어오기 직전인 92년 12월중 상업은행의 은행
계정에서 약4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24일 확인됨에 따라 한때
금융계가 잔뜩 긴장.

이는 "노태우전대통령이 4천억원의 비자금을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에 예치
했다가 93년초 인출, 1백억원단위로 40개로 각 은행에 분산예치됐다"는
박계동의원(민주당)의 주장과 시점이나 금액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상업은행은 이날 오후 당시 예금계수가 구체적으로 제시됨에 따라
정지태행장등 임원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등 구체적인 사실확인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들.

5대 시중은행들이 매달 교환 작성하는 "은행별 가용총수신 월말잔액"현황을
보면 상업은행 은행계정의 총수신은 92년 11월말 7조5천5백64억원에서
12월말에는 7조1천7백35억원으로 한달사이에 3천8백29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상업은행의 예금계수는 92년 1월 6조7천9백12억원에서 2월 7조1천3백70억원
으로 3천4백58억원 급증한뒤 6조9천억원-7조1천억원사이를 오르내렸으나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시점에서 이처럼 크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관심으로
모았다.

그러나 상업은행측은 "자체집계결과 12월중 감소액은 3천8백29억원이 아닌
3천8백59억원"이라며 이는 서울시금고의 재산세 납부액인출과 당시 이희도
지점장자살사건과 관련, 양도성예금증서(CD)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해명.

이 은행 김헌길수신담당상무는 "12월 한달간 일반예금은 2천4백84억원
늘어난 반면 재산세 납부액 인출등으로 시금고에서 3천9백47억원이 빠져
일반예금이 1천4백63억원이 감소했고 이희도지점장사건으로 만기된 CD의
재유입이 이뤄지지 않아 CD잔고가 6천7백96억원에서 4천4백억원으로 2천3백
96억원 줄어들었다"고 설명.

이에대해 은행관계자들은 "비자금사건이 시작됐을 때부터 청와대의 거래
은행인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이 주무대로 등장한 탓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같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수사결과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기전에는
아무도 믿을수 없는 상황"이라며 씁쓸한 표정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