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세계금융계를 충격속에 빠뜨린 영국 베어링스은행파산의 충격이
완전히 가시기도 전에 터져 나온 일다이와(대화)은행의 금융사고로 국제
금융시장은 다시 충격에 휩싸이게 됐다.

다행히 다이와은행이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있어 베어링스은행사태처럼
세계경제나 국제금융시장을 극도로 혼란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이와은행의 금융사고는 일본금융계에 엎친데 덮친격의 충격을
줄것이 확실하다.

이미 그렇지 않아도 40조엔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실채권으로 금융공황위기설
마저 나돌고 있는 일본금융계는 이번 사태로 더욱 휘청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와은행의 사고발생 경위는 베어링스은행사건과 유사하다.

닉 리슨이라는 일개 해외지점(싱가포르지점)딜러가 베어링스은행에 15억
달러의 손실을 입혔던 것처럼 다이와은행도 해외지점의 한 트레이더때문에
거액을 날렸다.

다이와은행을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은 올해 44세인 이구치
도시히데 다이와은행 뉴욕지점 부지점장.

그는 미현지에서 채용된 인물로 유가증권매매책임자이다.

닉 리슨이 그랬던 것처럼 이구치도 제멋대로 투자상한선을 어기고 지난
84년부터 올해까지 11년동안 거액을 미국채에 무단 투자했다.

그는 11년간단기및 장기 미국채를 거래하면서 큰 손해가 나자 은행보유
유가증권을 마음대로 매각, 손해를 메우는 수법을 썼다.

이구치는 한도이상의 거래를 하면서 당연히 장부에 거래상황을 기록하지
않았고 거래확인서를 은폐하고 유가증권잔고증명을 위조, 그동안 은행자체의
내부감사와 일본중앙은행의 정기감사에서 적발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7월의 은행자체감사에서 부정거래의 꼬리가 잡혀 몇달동안의
정밀조사끝에 거래손실이 1천1백억엔이나 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다이와은행은 이 손실을 충분히 커버할수 있다고 발표, 일단 베어링스은행
과 같은 파산이라는 최악의 경우는 피하게 됐다.

은행측은 올 회계연도 상반기결산기인 이달말 거래손실을 손비로 처리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에 5백억엔어치의 우선주발행을 통해 동원한 자금도 있고 보유
유가증권과 부동산을 매각하면 이번에 입은 손실을 별 무리없이 감당할수
있다고 자신한다 은행측은 95회계연도(95년4월~96년3월)중 세전이익이
1천1백5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번 손실을 제하고도 70억엔
이상의 이익을 낼수 있다고 밝혔다.

올들어 금리가 떨어지고 유가증권매매부문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이정도의
이익달성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금융사고로 유동성 부족이나 예금인출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장담한다.

다이와은행은 총자산규모가 약2천4백억달러로 일본의 11개 도시은행중
10위에 올라있다.

이 자산규모는 미국의 시티은행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최근들어 일본의 신용조합과 지방은행이 잇따라 파산,
일본금융계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일본금융기관들의
국제적 신뢰회복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천8백억엔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다이와은행으로서는 앞으로
부실채권문제를 해결하기가 한층 어렵게 됐다.

다이와은행의 금융사고는 앞으로 일본금융체제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는 일본은행업계의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관리체제에
큰 구멍이 나있음을 증명하고 있어 대대적인 위험관리정비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은행자체감사나 중앙은행의 외부감사에서도 이구치의 부정
거래행위가 적발되지 않고 그냥 넘어 간것에 대한 반성으로 일본금융계는
앞으로 보다 엄격하고 확실한 위험관리시스템을 마련하게 될것이다.

또 국제결제은행(BIS)등 세계금융업계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재 추진중인
금융계및 일반업계의 금융거래행위에 대한 감시감독강화를 한층 더 강력히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채시장에서 터진 다이와은행의 금융사고는 기업의 리스크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절감케 한다.

동시에 세계각국의 정부와 기업들에게 금융거래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높여주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