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이 일을 끝내고 식식거리며 주방을 나와 보옥의 일이 궁금한지
여승 방 쪽을 흘끗 흘끗 한번 쳐다보고는 자기가 잘 방으로 건너갔다.

보옥은 진종이 주방에서 나올 때 얼른 장작 더미 뒤로 몸을 숨겼다가
그의 모습이 멀어지자 슬쩍 주방으로 들어섰다.

주방은 여전히 캄캄하였다.

"왜 또 왔어요?"

옷을 챙겨입던 지능이 인기척을 느끼고 진종이 다시 온 줄 알고 그렇게
물었다.

"다시 또 지능이 너를 안고 싶어서"

보옥이 진종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말했다.

"호호, 그렇게 힘이 넘쳐요? 좋아요. 그럼 내옷 다 입기 전에 나를
안아봐요"

지능이 어둠 속에서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보옥은 와락 다가가 지능을 안음과 동시에 지능의 몸속으로 성이
잔뜩 나 있는 자신의 음경을 밀어넣었다.

"으윽, 누 누구야?"

지능이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물건의 감촉이 진종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몸을 젖히려고 애쓰며 다급히 물었다.

"나, 보옥이야. 가만히 있어줘. 너무 좋아"

"아이구, 이런 법이 어딨어? 난 진종인 줄 알았네. 아이구, 아이구,
또 나 죽네"

보옥이 태허환경에서 겸미와 운우지정을 나누며 익힌 기술을 발휘하자
지능은 따지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다시 숨이 넘어갔다.

보옥이 아홉 번은 얕게 한 번은 깊게 찌르는 구천일심법을 구사하는
단계로 넘어가자 지능은 사지를 바둥거리며 진종에게 그랬듯이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보옥이 오랜만에 그것도 고양이 부뚜막의 조기 대가리 훔치듯이
남의 여자에게 덤벼들어 일을 치르니 이전보다 빨리 파정을 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경허 선녀가 가르쳐준 대로 엄지발가락으로 둘째발가락을
꾹 누르니 파정이 지연되었다.

결국 지능이 언덕 꼭대기를 넘어가고 난 후에야 비로소 보옥이
어샤어샤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편 별실에서는 희봉과 노여승 정허가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허가 기회를 봐서 조심스럽게 희봉에게 부탁의 말을 꺼내었다.

"저어, 사실은 대부인 마님을 찾아가서 말씀드릴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인데요? 뭘 부탁하는 것이라면 나에게 먼저 말해보세요"

"그래도 될까요? 사실은 내가 아는 신자 중에 재판에 걸린 사람이
있어서요.

일전에 내가 출가하여 장안현 선재암에 있을 때 일인데요, 그 절에
시주를 많이 하는 장씨라는 큰 부잣집에 금가라는 이름을 가진 예쁜
딸이 하나 있었지요"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