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태 < 제일경제연구소장 >

금년 상반기중 경제성장률은 10% 내외가 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3년초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여온 우리경제는 30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
에서 성장률면에서는 거의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하반기에도 8%대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므로 이번 경기순환상의 피크
는 금년말이나 내년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경기활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수출이다.

해외경제의 회복세와 엔화강세에 힘입어 지난 2.4분기중 수출은 작년 동기
에 비해 35%나 증가한바 있다.

품목별로는 전자와 자동차의 실적이 두드러지게 높은데 이들을 포함한
중화학부문이 수출을 선도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이미 증가속도가 작년 하반기보다 떨어지고 있지만 건설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이를 보완하고 있다.

경기상승과 더불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온 민간소비는 이제 연율로 9%
가까이 증가하고 있어 과열의 조짐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가지 지표들을 종합해 볼때 현시점의 경기를 과열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앞으로도 특별한 교란요인이 없는한 과열로까지 발전하지도 않을
것이다.

과열의 판정은 실제의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을 대비해 보아 물가에 대한
압력을 추정해 봄으로써 가능하다.

과거의 실적에 바탕을 둔 계산방식으로는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7~7.5%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에 비추어볼때 작년의 8.2% 성장에 이은 금년의 9% 성장은 과열의
우려를 낳을만하다고 하겠다.

실업률도 사상최저 수준인 1.9%를 나타내고 있어 임금급등의 걱정이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성장의 내용이 과거와 다르다는데 있다.

장치산업위주의 중화학공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어 물가압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반도체생산이 엄청나게 늘어나더라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고용
임금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하겠다.

소비자물가의 움직임도 오히려 안정되어 가고 있어 과열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작년초만 해도 6.4%에 달했던 인플레율이 1년반만에 4.3%로 낮아졌던
것이다.

이에 더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성장률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과열논의는
큰의미를 갖지 못할것이다.

원화강세, 달러화의 회복, 미국경기의 둔화, 중국의 수입규제등 대외여건
의 악화로 수출신장세가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의 논의는 오히려 경기의 급랭이 아닌 점진적 조정(소프트
랜딩)이 가능한지 어떤지에 모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이와관련하여 앞으로 우리경제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들중에서
몇가지만 짚어보기로 한다.

먼저 통화정책인데 지금까지의 운용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총량목표치의 달성에 집착하거나 경기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금융시장의 혼란과 성장둔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금융제도개편을 앞둔 시점에서 금융시장및 금리
의 안정이 긴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하겠다.

둘째 원화절상이다.

금년 상반기중 이미 원화는 미달러화에 대해 그 가치가 4% 절상된바 있다.

엔고가 있었다고는 하나 경상수지는 적자상태인데다 우리의 인플레율이
미국보다 높은데도 원화절성이 계속된다면 경쟁력의 급격한 약화와 국제수지
의 악화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상반기중 자본수지쪽에서 별부담이 없었는데도 이 정도라면 앞으로 외자
유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원화절상압력과 통화증발압력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우려되는 것이다.

대응여하에 따라서 금리의 급등과 원화절상의 가속화가 병행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된다면 수출과 경기에 큰 타격을 줄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국면과 향후의 정치일정이다.

지자제선거는 끝났으나 여소야대라는 지방정부구성하에서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와의 새롭고 원활한 관계정립이 큰 숙제로 대두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새로운 사업기획의 포착가능성도 있겠지만 정부간의
마찰, 또는 일부 지방정부의 비효율성 때문에 위험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또한 내년의 총선거를 겨냥한 대규모 정계개편이 예상되고 있고 그 와중
에서 경제정책의 급격한 변화가능성도 배제할수 없게되었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움츠러들수 밖에 없고 투자활동은
위축되게 마련인 것이다.

지금의 우리경제는 호황국면에서 물가안정까지 이룬 비교적 양호한 상태에
있다고 할수있으나 취약점 또한 적지않다.

중화학공업과 경공업의 성장괴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확대, 국제
수지의 악화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취약점에 더하여 위에서 말한 주요변수들의 움직임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경기의 급격한 냉각과 그 후유증이 들이닥칠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