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에 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원자력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통해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과시하면서 그 첫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이 부각되면서 공포감이 증폭돼
왔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인 원자력발전이 확산되면서 원자력에 대한 무조건적
인 공포를 씻어갈 무렵에 두건의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공포감을 뿌리깊게
했다.

더구나 지난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원전이 폭발해 수많은 사람이 방사능
피해를 입는 사고는 원전과 원자폭탄이 같다는 오해까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전에 대해 안전하다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원전이 "100%안전"은 아니지만 최소한 체르노빌과 같은 인체에
치명적인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기술과 설계가 다른데다 체르노빌원전에는 없는 격납용기를 갖춰 방사능
물질이 원전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원전의 안전성은 어떤 사태에서도 방사성물질을 인간과 환경으로부터
격리한다는 것이 기본목표이다.

방사선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회복할수 없는 장해를 유발할수 있기 때문
이다.

우리나라 원전에서 안전성의 기본은 자기제어성이다.

자기제어성이란 우라늄원자핵에 중성자가 부딪혀서 일어나는 핵분열연쇄
반응을 스스로 억제해 출력상승을 억제하는 특성이다.

원자로에서 어떤 이유로 핵분열이 증가하면 냉각재로 사용한 물의 온도가
올라간다.

이경우 물의 밀도가 낮아져 중성자의 속도가 떨어지고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저속중성자의 수가 줄어들면서 핵분열이 둔해진다.

핵분열이 둔해지면 다시 물의 밀도가 높아지고 중성자 감속이 잘돼 핵분열
이 활발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사람이 더우면 자연히 몸에 땀이 나 체온이 내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전에서는 안전을 달성하기 위해 "심층방어개념"을 기본 원칙으로 적용
한다.

방사선이 누출될 이상사태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고 이상사태가
생기더라도 확대되는 것을 막으며 이상사태가 확대돼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에는 그영향을 최소화해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선 운전중 이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운전원이 잘못된 조작을 하려해도
움직이지 않는 인터로크시스템과 장치가 고장이 났을 경우 안전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페일세이프시스템을 여러곳에 집어넣어 이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상이 생길 경우 사고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자로는 자체의
압력 온도 출력등의 상태를 항상 감시한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정상상태를 벗어나면 스스로 찾아내 자동으로 원상복구
시키며 원상복구가 되지 않으면 자동정지되도록 하고 있다.

또 똑같은 기능을 가진 기기를 2개이상 설치해 어느 한쪽이 작동되지
않더라도 다른쪽이 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돼있다.

5중의 방호벽이 둘러싸고 있어 우리나라 원전에서는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
발생은 불가능에 가깝다.

5중의 방호벽가운데 제1방벽은 지르칼로이특수합금으로된 원전연료피복관
으로 그안에 원전연료를 내장해 방사선누출을 막아준다.

제2방벽은 원전연료다발과 원자로냉각재를 담고 있는 두께 20cm 이상의
강철로된 원자로용기.

제3방벽은 원자로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콘크리트벽으로 원자로에서 빠져
나오는 방사선을 차폐한다.

제4방벽은 원자로건물내부철판으로 원자로와 원자로냉각재, 안전계통및
그 보조계통들이 모여있는 공간전체를 감싸는 두꺼운 강철구조물로 돔모양
이다.

제5방벽은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76~120cm 두께의 두꺼운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격납건물이라고 부른다.

원전안전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안전규제기관인 과학기술처가 여러단계에 걸쳐 검사하고 있다.

원전이 설계대로 제작 시공돼 제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 제작 시공등 각 단계마다 엄격한 품질보증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공인검사 품질보증검사 사용전검사 정기검사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즉시 시정토록 한다.

원전안전의 최종단계에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나 장비도 결국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므로 사람의
실수앞에는 소용이 없다.

과기처가 원전종사자에게 엄격한 자격요건을 부여하고 한전이 정기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