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의 흑인들은 백인들이 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가능성을
갖고 있지 않다"

프랑스의 저명한 사학자인 마르크 페로는 지난 81년에 펴낸 "전세계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에서 이렇게 단언하고있지만 그의
판단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지난해 남아공에서는 사상 최초로 흑인대통령이 탄생했고 종말이 올때
까지 요지부동일듯 악명높았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도 철폐됐다.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총을 들고와서 흑인들에게 성경을
주고 그들의 땅을 빼앗았던 백인들이 역사는 이미 수정돼 가고 있다.

원주민인 흑인은 지정된 지역에서만 살아야 했고 공공건물의 전용출입구
가 따로 마련돼 있으며 백인과 흑인이 길에서 마주치면 흑인이 먼저 길을
비켜주어야 했던 세계유일의 아파르트헤이트의 나라였던 남아공을 "흑백
평등의 나라"로 바꿔놓은 인물이 넬슨 롤리랄라 만델라다.

만델라는 1918년 케이프타운 동부 지방의 텀부족추장의 아들로 태어나
포트헤어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뒤 52년에 남아공에서는 처음 흑인변호사
사무소를 개설, 흑인인권운동에 앞장섰다.

ANC(아프리카민족회의)에 가입해 청년동맹을 조직하고 평화적 인권운동을
주도해 오던 그는 1960년 69명이 학살당한 "샤프빌사건"을 계기로 "민족의
창"이란 무장조직을 만들어 격렬한 투쟁에 나선다.

전국적으로 파업과 게릴라운동을 전개하던 그는 1962년 체포돼 64년 내란
음모최조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그뒤 4반세기가 넘는 27년을 그는 로벤도와 폴스모어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감옥에서 경제교육 역사 아프리카어를 독학해 인문학 학사학위를
두번이나 따냈고 76년 소베토봉기때 잡혀온 대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로벤섬 감옥은 "넬슨대학"이란 별칭도 얻었다.

그가 있는 곳은 감옥도 임시정부가 되고 대학이 됐다.

"우리는 남아프리카 감옥의 벽을 헐었다. 승리가 저기 보인다"

90년 감옥에서 풀려난뒤 뉴욕을 방문했을때 양키 스타디움을 울린 그의
제일성을 승리의 선언이었다.

93년 노벨평화상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남아공대통령이 오늘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어느 국가원수보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국빈이다.

''흑인의 어머니''라고까지 불렸으나 이혼한 위니 만델라를 그와 함께
만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