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가대유 몰래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가서는 추위에 얼어
버린 몸을 구들 위에서 녹이며 방금 전에 일어난 상황들을 곰곰이
되씹어 보았다.

아무래도 희봉이 가용,가장과 짜고 자기를 곯려주려고 일을 꾸민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용과 가장이 일부러 그 빈 방으로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백냥이나 되는 돈을 노름빚 때문에 빌렸다고 차용증을
써준 사실이 원통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희봉을 안고 싶은 마음은 이전보다 더욱 간절해졌다.

그러나 다시 영국부로 건너가 희봉을 만나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가서는 그렇게 혼이 났으면서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연정과 욕정을
감당할 길이 없어 자기 스스로 욕망을 해결하는 수단을 강구하였다.

가서는 벌거벗은채 방에 반듯이 누워 상상으로 천장에 희봉의 나체를
그렸다.

얼굴의 피부빛으로 미루어보아 그 몸 전체는 백옥같이 흴 것이 분명
하였다.

붕긋이 솟아오른 젖가슴을 그리고, 잘록한 허리를 그리고, 큼직하고
탐스러운 엉덩이를 그렸다.

마지막 사타구니의 음부를 그려나갔다.

그런데 어떤 모양의 음부를 그려야 할지 가서는 잠시 망설였다.

"태청경"에서는 호녀, 즉 성교에 알맞은 여자에 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함께 행위를 하기에 적합한 상대는 대체 어떤 모습의 여자인가.

그런 여자는 천성적으로 온순하고 상냥해야 한다.

머리카락은 명주같이 검고 피부는 부드럽고 뼈는 가늘어야 한다.

키가 너무 커서도 안 되고 또 작아서도 안되고 지나치게 살이 찌거나
너무 말라서도 안된다.

국부는 위에 붙어 있고 음부에 털이 없으며 음액이 많은 여자라야 한다.

나이는 25세에서 30세까지로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여자여야 한다.

그런 여자는 교접을 할때 음액이 넘쳐흐르고 몸을 비비 꼬며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온 몸이 비오듯 땀으로 젖는다.

그러면서도 남자를 따라 그때 그때 적절히 몸을 움직여준다.

이런 여자와 교접을 하게 되면 비록 남자가 성교의 바른 법도를 무시
한다고 하여도 몸이 상하는 법이 없다"

그렇다면 털이 없는 음부를 그려보자 하고 가서는 상상의 붓끝을
움직여 천장에 희봉의 음부를 크게 그려보았다.

그리고 음부에서 음액이 흥건히 넘쳐흐르는 모양도 덧붙여 보았다.

그러자 가서의 옥경이 저절로 빳빳하게 일어섰다.

가서는 상상으로 그린 천장의 희봉 나체를 올려다 보며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자기 옥경을 감아쥐었다.

동그란 반지 모양이 된 엄지와 검지가 쉴새없이 옥경의 아래 위를
오르내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