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수로문제를 놓고 또다시 벼랑끝외교를 되풀이 하고 있다.

한국형 경수로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박더니 그 바탕에서 시한내에
협정이 안되면 핵동결을 재고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북한의 핵협상 대표인 강석주 미갈루치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경수로 공급협정이 시한인 오는 4월21일까지 체결되지 않으면 북한이
동결했던 핵시설에 대해 동결을 해제하게될 것이라는 경고성 내용이다.

이는 어떤 회의석상에서 오고간 얘기수준이 아니라 외교절차상으로 정식
통고하는 점에서 더욱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제네바에서의 핵협상당시 핵확산금지조약탈퇴등으로 경수로대체연료
지원등 여러 양보를 얻어낸 외교수법을 다시 써먹으려는 속셈인 것이다.

가장 빠르게 경수로 원자로를 설치하여 북한의 에너지난을 해소시킬수 있는
방안은 한국형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핵시설 동결해제의 뜻을 통보한 것은
그 저의가 에너지확보가 아닌 다른곳에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아울러 고위관리를 중국에 보내 곡물과 석탄을 싸게 팔아달라고 할만큼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김대통령의 곡물과 물자지원의사를 한마디로 거절하고
나서니 어찌 동족이라 할수 있는가.

북한은 이번 서한으로 다시한번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처하게될 것이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또한번 북한의 벼량끝 외교를 지켜보게될 것이다.

한국형원자로 절대반대가 철회되지 않으면 핵문제는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때와 같은 양보나 뒷걸음질이 다시는 없으리라고 보며 북한의
현실적인 선택이 있길 바란다.

김한길 <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