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사제도전 25번기에서 이창호 칠단이 조훈현 구단에 12승5패를
기록중이다.

그중 4번은 반집승을 거둬 조훈현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정이지만 덤의 크기가 달랐다면 승부는 훨씬 치열했을 것이다.

덤은 몇집이 공정할까? 이창호,조훈현,유창혁,서봉수의 지난해 16개기전
도전기 및 본선성적을 분석한 결과 현재의 5집반이 공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3국은 모두 5집 반의 덤을 시행하고 있다.

덤제도에 대해 89년 잉창치(응창기)배가 창설되면서 한차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잠잠해진 상태다.

응씨배는 공제가 7집반인데 일본기사의 기보 1,971국을 통계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덤은 38년 일본 혼인보(본인방)전에서 "흑4집"이 공식채택되었다.

흑의 소극적 자세를 방지,재미있는 바둑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후 비김을 방지하기 위해 "4집반"이 되었다.

다시 61년에는 "5집 빅백승"이 되었고 74년 "5집반"이 된후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제도를 거의 그대로 따라해왔다.

많은 기사들이 지금의 덤제도는 흑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윤기현 구단은 "선택할 수 있다면 흑을 잡겠다"고 말한다.

공제보다 선착의 효가 크다는 말이다.

흑번필승의 도전기도 77년,78년 명인전과 92년 국수전에서 연출됐었다.

드물지만 집백을 선호하는 기사도 있다.

60년대 혼인보를 9연패 했던 다카가와(고천 격)구단은 "5집반이면 무조건
백을,4집반이라도 백을 잡겠다"고 했다.

이는 바둑이 지금처럼 정교하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일뿐 지금은
6집반으로 늘이자는 주장이 기사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제기된다.

수리적증명을 통해 6집반이 좋다는 "조-엘리에이슨 공식"이 미국에서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3했다.

그러나 4인방의 대국분석결과 흑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임이
드러났다.

집흑의 승률이 좋다면 덤이 적은 것으로 생각할 수있다.

네 기사의 성적을 종합하면 집흑승률은 68.1%이고 집백시는 69.7%이다.

흑과 백의 선택이 승부에 큰 영향을 주지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마다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유창혁만 유일하게 흑번때의 성적이 백번때보다 5.6%높다.

프로기사들은 흑을 잡으면 작전펴기가 쉽다고 말한다.

달리 해석하면 공격적인 기풍의 기사는 흑이 유리하다고 볼수 있다.

유창혁 육단의 흑번 승률이 높은 것은 그의 기풍이 공격적임을 반영한다.

그러나 서봉수는 오히려 백번승률이 12.3%나 더 높다.

흑의 선공에 반발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끌어가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는데 밟을수록 거세지는 서봉수 구단의 잡초같은 기풍과
일치되는 결과다.

이창호도 백번승률이 8.1% 높아 역시 기다리는 그의 바둑스타일을
보여준다.

반면 조훈현은 백번과 흑번시의 승률이 거의 차이가 없다.

때로는 공격하고 때로는 물러서는 발빠른 바둑에 대한 설명이 될수있다.

프로기사들의 모임인 프로기사회장인 정수현 팔단은 "현재의 덤제도가
흑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하면서도 "그러나 기풍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5집반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5집반 덤제도가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