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등 대형 전자업체들이 올들어 때아닌 컴퓨터게임
분야에서 격돌을 벌이고 있다.

미래를 선도할수 있는 첨단기술개발에 명운을 걸고 있는 이들 기업들이
청소년을 겨냥한 전자오락산업을 새로운 승부처로 삼고 이 분야에서 주도권
을 잡기 위한 전략마련에 여념이 없다.

아직은 외국업체와의 기술제휴형식으로 기기및 소프트웨어를 들여와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대리전의 양상을 보이고는 있으나 이들 기업이 갖고 있는
앞으로의 야심은 만만치 않다.

컴퓨터게임시장에서의 주도권확보로 미래의 멀티미디어시장까지 선점
하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각각 세계적 게임기생산업체인 일본 세가사,
닌텐도사와 기술제휴계약을 맺었고 LG전자는 멀티미디어게임전문다국적기업
인 3DO사의 지분 3.04%를 1천만달러에 확보,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곧 첨단기능의 제품을 일제히 내놓고 올해 약 4천억~5천억원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게임기기및 소프트웨어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컴퓨터게임산업을 미래의 중핵사업으로 삼고 이 분야진출에 나선
것은 관련기술이 갖는 중요성과 앞으로의 엄청난 시장성 때문이다.

컴퓨터게임은 "컴퓨터의 종합예술"로 일컬어지고 있다.

컴퓨터의 기능을 활용해 영상과 음향을 입체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상호작용에 의한 즐거움을 갖도록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컴퓨터게임산업은 다른 어느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

부가가치율이 60%이상에 이르고 에너지소모가 적고 환경오염이 없는
미래형산업이자 매년 30%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두뇌집약적 산업이다.

특히 최신의 멀티미디어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기술
혁신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도 매우 짧다.

따라서 이 산업은 대규모의 생산설비투자보다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한 전략변수로 작용한다.

실제 세계적 컴퓨터게임업체인 일본 닌텐도사의 지난 93년 매출액은
4천6백70억엔으로 종업원 9백43명의 1인당 매출액은 약 5억엔에 이르렀다.

반면 국내최대의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93년 매출액은 8조1천억원으로
종업원(4만7천여명)의 1인당 매출액은 1억7천만원수준이었다.

닌텐도사는 삼성전자에 비해 1인당 매출액에 있어 무려 25배에 이르는
생산성을 보인 것이다.

컴퓨터게임이야말로 멀티미디어를 대표하는 상품의 하나이다.

입체동화상을 전달하고 실제음과 비슷한 음향을 내는 게임기는 컴퓨터
오디오 동화상전달분야의 모든 첨단기술을 동원해야 한다.

최고수준의 멀티미디어기술을 확보하지 않고는 컴퓨터게임사업을 할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시장도 엄청난 속도로 신장하고 있다.

지난 90년 1천억원수준에 그쳤던 시장 규모가 연평균 30%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지난해 3천3백억원, 올해 4천억~5천억원, 오는 97년에는 적게
잡아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시장규모는 지난 93년 3백억달러에서 내년에는 무려 4백50억달러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컴퓨터게임산업은 정보산업분야의 모든 핵심기술을 요구하므로 다른
산업에 대한 기술파급효과나 시장확대효과도 매우 크다.

PCB(인쇄회로기판) 반도체 영상 멀티미디어산업등과 기술개발촉진 인력
양성 기술이전 수요증대측면에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멀티미디어시장에서 에듀테인먼트
(Edutainment) 소프트웨어(교육적 요소를 가미한 컴퓨터오락소프트웨어)가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고 의학분야에서는 정신질환치료에 컴퓨터게임을 활용
하고 있을 정도다.

대형 전자업체들이 컴퓨터게임분야를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삼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컴퓨터게임시장에서 밀리면 멀티미디어시장에서 승부를 걸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을 깔고 있다.

이 시장참여를 통해 우선 기술을 습득하고 방대한 세계멀티미디어시장진출
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멀티미디어사업의 주안점을 컴퓨터게임분야인 3DO사업에
두고 있다.

64비트 3DO플레이어와 32비트 1칩 3DO플레이어등 새로운 모델을 개발,
32비트 게임기도입단계인 미국시장에 본격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이 시장에서 적어도 2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올려 세가, 소니등 세계적
게임업체와 경쟁할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자체브랜드의 히트타이틀을
개발해 영국 독일등 유럽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내수시장의 활성화에도 주력, 올해안에 15~20개의 3DO타이틀을 개발 공급
하고 타이틀의 한글화, 이벤트행사등을 통해 국내 게임산업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5월 세가사의 "새턴"을 내놓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말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새턴은 세가사의 주도로 히타치 빅터
야마하등 4사가 공동개발한 첨단의 신제품 게임기다.

이 제품은 32비트 RISC(명령어축약형)칩 2개를 포함, 9개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채용해 리얼사운드(Real Sound)기능을 갖도록한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첨단기능의 신제품을 무기로 일거에 국내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닌텐도와 제휴를 맺고 있는 현대전자는 3월께 32비트게임기 VU판매를
시작으로 첨단제품의 시장경쟁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기존의 16비트급 기기와는 다른 차원으로 특수안경을 이용해
가상현실까지 체험할수 있도록한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국내 컴퓨터게임시장은 어느때보다 뜨겁게 달아 오를 전망이다.

전자 3사는 컴퓨터게임시장을 둘러싼 한판 승부를 피할수 없는 사활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의 승패는 곧 차세대 멀티미디어시장 선점의 고지에 누가 먼저
오르느냐는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 추창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