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역에서 박달동길을 따라 가다가 만도기계앞에서 왼쪽으로 보면
연한 베이지색 다세대주택이 여러채 보인다.

대학원생 교수 교사등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해서
아카데미타운으로 불리는 국내 첫 동호인주택단지이다.

다세대주택 11개동과 헬스클럽등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
이 들어서있는 이 단지는 중소주택회사인 삼요건설이 지난 92년 착공해
올해 10월 준공했다.

주민은 모두 88가구로 회사원들도 있지만 대학원생 부부교사들이 대부분
인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유아교사를 채용해 유아원을 자체운영하며 맞벌이부부들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고 앞으로 헬스시설 소극장등도 운영, 마을
공동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다.

안양아카데미타운은 서울대 건축과를 나온 지광현씨(32.현삼요건설사장)
가 지난 92년초 당시 서울대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들과 주택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동호인주택단지의 수요가 많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게
건립계기가 됐다.

사업설명회를 연 지씨는 수요가 많음을 확인하고 삼요건설이라는 회사를
설립한뒤 부지를 물색하던중 현재의 단지가 들어서있는 박달동 156일대를
찾게된 것이다.

"원래 제지공장과 논밭으로 활용되고 있었니죠. 토지모양이 삼각형에
가까운 마름모형이어서 활용에 많은 제약이 뒤따라 다세대주택을 짓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토지는 공장과 인근 논밭 합쳐 모두 3필지 1천2백5평이었으나 이중
제지공장으로 사용되고있던 한필지 6백78평을 우선 구입했다.

회원들에게는 평당 2백90만원에 19~27평형 52가구를 지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52가구를 지으면
동호인들에게 분양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20가구이상을 지을 경우에는 반드시 공급공고를 내고 일반에게 공개분양
해야하는 주촉법상의 규정때문이었다.

자투리땅을 활용하고 동호인을 위한 새로운 주거공간을 만들어 보려는
회원들에게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규정이었다.

여러가지 방안을 생각한 끝에 3개의 사업시행자가 시차를 두고 사업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간이 걸리지만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에따라 1차사업은 토지매도자인 권모씨를 사업시행자로해 2개동 19가구
를 지난92년 11월 준공했다.

2차사업은 삼요건설을 사업시행자로 지난 93년3월에, 같은 방법으로
3차사업은 회원들을 사업시행자로 2개동 15가구를 지난93년 9월 각각
준공했다.

사업이 지연되다보니 당초에 가입키로 했던 회원들이 가입을 취소해
회원을 추가로 모집했다.

분양대상자를 학교교사들까지로 확대했다.

입주후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을 제한할수는 없으나 적어도 단지가 준공
될때까지는 단지특성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삼요건설은 인근에 있는 논밭 2필지 5백26평을 추가로 매입, 4,5차사업
으로 36가구가 들어가는 다세대주택 5개동을 지난 10월 완공했다.

현재 상가를 분양하고 있는 삼요건설은 회원들에게 약속한대로 전철역
까지 운행할 수 있는 마을버스 1대와 소극장에서 비디오를 관람할 수
있는 빔프로젝트시설, 헬스장에 비치할 운동기구등을 구입해줄 예정이다.

주민들은 이들 시설을 회원제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회원들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일률적으로 운영비를 부담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지가 커지다보니 당초 계획했던 회원외에 분양받아 들어온 주민들도
상당수 있지만 모두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단지내에 경조사가 있으면
모두 모여서 서로 돕고 있지요"

아들의 학교통학을 위해 부평에서 이사왔다는 주민 황인순씨는 봄이되면
이웃들과 봄소풍도 계획하고 있다고 단지생활을 소개했다.

안양아카데미타운은 현재 시세가 평당 3백20만원보다 약간 웃돌고있다.

다세대주택들이 대부분 미분양되고있는 점을 감안하면 작은땅을 효과적
으로 활용한 케이스에 속한다.

동호인주택단지라는 주제아래 부대시설을 많이 넣어 수요층을 적극
발굴했다고 할수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