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그룹 투자조사단의 이번 방북은 무엇보다 공식적으로 남북경협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남북경협의 재개여부를 놓고 무수한 관측이 나돌았던 상황에서
쌍용그룹 투자조사단의 방북이 성사된것은 김일성사후 처음으로 북한이
우리측 기업들과의 경협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했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그동안 대북진출을 적극 추진해 왔던 현대 삼성
럭키금성등 주요기업들의 발걸음도 한층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그룹 투자조사단이 밝혔던 것처럼 북한측은 이번 방북을 통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쌍용그룹뿐만아니라 중소기업등 여타
기업들과도 손을 잡을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남북경협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대북경협이 이뤄질 경우에는 북한측이 우선적으로 투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확인된 나진.선봉지역에 대한 투자와 시멘트등 전략물자생산및 사회간접자본
분야가 우선사업대상이 될것으로 예상된다.

쌍용그룹의 대북경협은 시멘트사업이 1차대상이 될것으로 보인다.

시멘트를 주력으로 커온 쌍용그룹은 12명으로 구성된 이번 투자조사단에
쌍용양회 임원 3명을 포함시켰을만큼 국내 여타기업에 비해 강점을 가진
시멘트부문 진출에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고 북한도 사회간접자본을 확충
하기 위해서는 시멘트부문 육성이 불가피해 양측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북한과 원칙적인 합의를 본 나진.선봉지역 사회간접자본건설과
호텔등 숙박시설및 통신업등은 쌍용그룹이 중소기업등 여타 국내기업들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되나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일정은 김석원쌍용그룹회장이 직접 방북에 나서는 내년봄께에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방북을 계기로 쌍용그룹을 주축으로한 대북경협문제는 활기를 띨것으로
보이나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방북초청장문제를 포함, 남북경협과 관련한 북한측의 입장이 아직 불분명한
점이 많은데다 우리정부도 기업들의 대북진출은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마련해 놓고 있어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빚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대외경제협력위원회를 북한측 파트너로 삼았다는 쌍용의 공식적인
입장에도 불구, 북한고위층과의 특별한 연고를 발판으로 쌍용의 방북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이번방북을 국내기업에 대한 북한의 본격적인 진출허용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재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북한이 그동안 국내기업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의 투자유치에
더욱 적극적이었다는 사정을 감안할때 앞으로 남북경협의 폭과 내용은
우리정부의 방북승인을 얻은 쌍용외의 다른기업들에 대한 북한측의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