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도 할말 있다" ]]]

홍철 < 건설부 1차관보 >

경제성장의 주역!

빈곤으로부터의 행방역군!..

60년대이후 개발연대동안 한국의 경제관료는 밤낮없이 일하였고 또 주위로
부터 많은 찬사도 받아왔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오늘의 풍요로움도 근로자 기업인 농민할 것없이 국민
모두가 땀흘려 일한 결실이긴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그중에서도 경제관료
가 중심이 되어 우리경제를 이만큼 끌어올렸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백달러도 안되던 빈곤한 나라가 이제 세계12위의
경제력을 과시하고 1인당 소득 7천5백달러로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와 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세상도 많이 변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경제관료의 보호와 지도속에 있던 기업이 어느새 세계적
기업으로까지 성장했는가 하면 이들이 온 세계를 누비면서 듣고 배운 지식과
경험이 탁상행정을 중심으로 하는 관료를 능가하는 부분도 흔히 찾아볼수
있다.

80년대 중반이후의 정치적 민주화와 더불어 경제적으로는 "개방화 자율화"
의 물결속에서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의 경제를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경제관료들은 스스로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뎌내곤 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동료 경제관료중에는 개발연대의 그토록 좋던(?)
시절을 그리면서 오늘의 세태를 자조하는 사람은 없는가?

출근과 더불어 윗사람 기분부터 살피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하기 보다는 순간만 넘기고 보자는 미봉책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는
경제관료는 없는가?

경제관료가 키워온 기업이 세계무대에서 치열한 경쟁, 아니 목숨을 건
전쟁을 치루고 있다.

언론통제에서 풀려난 신문이나 TV가 연일 지나칠 정도의 보도경쟁을
하면서까지 정부의 잘잘못을 파헤쳐 내고 있다.

유권자의 감시속에 있는 국회의원도 공부를 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지난번 국정감사때 입증됐다.

내년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지방경쟁시대가 열리게 되면
중앙정부를 제치고 지방이 먼저 세계로 진출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금빛나는 무공훈장을 달고있는 우리의 중앙부처 경제관료가
서야할 위치는 어디인가?

"세계화"의 주역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다시 한번 국민들을 지도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나(경제관료)만이 국민을 보호하고 감독할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같이 화합하여 무한경쟁시대에 대처해 나갈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세상이 변했으면 변화된 환경에 맞춰 경제관료가 해야할 일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이 시대에는 물가지수 통화증가율 수출목표등 개발연대
의 정책수단을 갖고서는 국가경제를 다스릴 수가 없다.

공무원의 신분보장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배우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할 것이다.

공부 안하고 국민과 대화를 꺼리는 경제관료는 새로운 살 길을 찾아야할
것이다.

다양성과 생동력을 갖춘 관료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전문인력을 중간관리층
에 충원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아울러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정부 조직개편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황이 어떻건, 누가 뭐라하건 분명한 사실은 오늘도 우리들은 세계화에
걸맞는 자화상정립을 위해 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