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신업태가 매출호조를 보이면서 기존 유통업체들의 견제심리를 부추겨
갈등을 낳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돌출된 것이 롯데백화점의 차등거래 시정요구이다.

롯데는 신세계 프라이스클럽과 거래하는 일부 식품및 생활용품등
제조업체들에게 같은상품을 자사보다 20%가량 싸게 주는것은 차등대우라며
가격을 시정하던지 제품을 차별화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백화점업체들은 할인점이 잇달아 개장되자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뉴코아를
비롯 현대 미도파등 대부분이 신업태 참여를 위한 벤치마킹 차원이었을뿐
직접적인 경쟁관계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어차피 백화점은 앞으로 패션백화점으로 차별화하거나 고가 상품군으로
점포성격을 상향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96년 유통시장 완전개방과 맞물려 어쩔수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롯데와 신세계의 싸움은 그동안 백화점업계에 관행적
으로 있어온 신규점에 대한 텃새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안은 유통업체간의 단순한 파워게임을 떠나 신업태가
기존 유통체계에서 받고 있는 반발의 대표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

"제조업체는 국내 최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롯데의 매장에서 상품을 판다는
것으로 무형의 성가를 얻는다. 즉 창고형매장에서 파는 상품과는 다를수밖에
없고 롯데가 매장 설비비에 투자한 비용은 제조업체가 인정을 해 주어야
한다. 또 롯데매장에서 상품만 판게 아니라 신제품 판촉의 안테나숍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런 무형의 이득을 무시하고 같은 상품을 차등거래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상품2부 담당 송학승 이사)

광고 판촉은 롯데에서 하고 상품은 프라이스클럽에서 대량판매하는 식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신세계의 입장은 어떤가.

"신업태는 백화점처럼 35일에서 60일짜리 어음으로 결제하는게 아니라
현금계산해줄 뿐더러 대량구매하고 있다. 또 백화점매장에는 일년에 1천
2백만원가량 비용이 드는 판촉여사원을 파견해야 하지만 프라이스는 판촉
사원 판촉물이 필요없고 재고를 반품하지 않는다"(기획실 강성득이사)

그만큼 제조업체에서 할인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중간에 끼여 있는 제조업체는 난처한 입장이다.

"제조업체는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관계없이 같은 마진을 책정해 공급한다.
다만 거래조건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할뿐이다. 단순하게 상품가격만 가지고
차등거래라고는 할수 없다. 문제는 거래조건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남들과
같은 가격으로 거래하려고 하는 유통업체들의 획일적인 사고방식이다"(A사
영업담당이사)

한편 엘지나 한양 해태 농심가등 대형수퍼업계 역시 신업태 가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지만 드러내 놓고 반발하고 있지는 않다.

제조업체와 직거래하면서 장려금이나 판촉여사원 지원등을 받는 대형수퍼
업계로서는 단순히 가격만 놓고 시비를 걸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공급가를 둘러싼 마찰은 앞으로 중소독립수퍼업계에서 야기될 전망이다.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연쇄점협회는 할인점에 대한 거래조건및 가격을
조사해 부당한 것은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대부분 제조업체 대리점을 통해 상품을 공급받는 중소슈퍼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있을 경우 기존 대리점체계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

유통업체들간의 힘겨루기식 공급가 인하요구는 유통체계의 변화를 가속화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고지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