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이번 3개국 순방은 한마디로 경제외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PEC정상회의가 궁극적으로 역내국가간 경제적 결속을 목적으로 열리는
데다 순방3국의 성격상으로도 경협은 쌍방에게 가장 현실적 관심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측도 이번순방의 의의를 찾는데 경제쪽에 많은 비중을 두고있다.

우선은 이번순방과 APEC정상회의 참가가 다가오는 아시아 태평양시대에
대비해 역내주요국가와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할수있는 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태지역내 선후진국간 조정자로서 우리의 경제외교적 기반을
확충할수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순방하는나라가 모두 자원대국으로서 상호보완관계에 있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을 보이고있는 아태국가들의
활력을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연계할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지적
이기도 하다.

정치적인 의미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APEC정상회의 전날에 있게될 미국 일본 중국등 열강 정상들과의 연쇄
정상회담에서는 북미회담결과에따른 한반도 문제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좋은 기회다.

이 그 경제적 비중을 반증하듯 김대통령은 이번순방시 기업인들을 대거
동행하기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인 동행을 금기시 해왔던 지금까지의 해외순방 관례에 비춰보면
주목할만한 변화다.

사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역대대통령들이 해외순방시마다 재계총수들을
동행한데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이를 정경유착의 한 단면으로 해석해
왔었다.

따라서 취임후 3차례의 해외순방에서 김대통령은 기업인의 특별기
동승을 철저히 기피했다.

방문국의 희망등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도 해당기업인을 현지에서 합류
토록 하는 방식을 고집해왔다.

지난6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방문시에는 김우중대우그룹회장 조석래
효성그룹회장등 일부기업인이 특별기에 잠시 동승한적은 있지만 이는
"해당구간의 항공기 사정을 감안한 편의제공 차원"이라고 청와대측이
앞장서 밝힐 정도였다.

이런 김대통령의 고정관념이 바뀐배경은 무엇일까.

청와대 측근들은 우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정상들의 관례에 영향을
받았을것"이라고 분석한다.

다시말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의 정상들이 대부분 자국의 많은 기업인을
대동하고 경협지원에 앞장서는것을 보고 기업인 동행에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얼마전 기자들과의 간담회석상에서 그무렵 30여명의
기업인과 함께 방한한 체코수상을 예로들며 인식변화의 일단을 내비친
적이 있다.

이붕중국총리가 방한기간중 동행한 경제인들과 공장방문에 더 열성
이었다는 점도 같은맥락으로 김대통령의 인식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이제 문민정부에대한 정경유착의 의혹이 어느정도 해소
됐으리라"는 일종의 자신감역시 이번 기업인 동행을 결심한 또다른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기업인 동행이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나
않을까 여전히 신경을 쓰고있다.

따라서 동행기업인 선정기준을 상대국과의 교역 투자협력비중,현지에서
의 평가와 관심도등이 높은기업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안배했다.

또 원칙적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을 대상으로 했다. 대기업그룹
회장가운데는 유일하게 조석래효성그룹회장이 포함 되었다.

그러나 이는 태평양기업인회의(PBF)대표로서 수하르토 인니대통령의
초청케이스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인니대통령 초청케이스에는 박영주이건산업회장도 포함되어있다.

이밖에 주요인사로는 이수영동양화학회장(한 비민간경협위원장)박수환
럭키금성상사사장(한 인니민간경협위원장)박세용현대종합상사사장(한호
민간경협위원장)등이 포함되었다.

전체 동행기업인 수는 대기업대표 43명 중소기업대표 19명등 62명으로
되어 있으나 나라별로 일부중복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동행기업인 수는
48명이다.

나라별로는 중복인사를 포함해 필리핀 22명, 인도네시아 27명, 호주11명
APEC회의참가자가 2명등.이들중 일부는 사정에따라 개별출발해 현지에서
합류하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김기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