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균형의 윤곽이 그려진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통일을 앞당기기위한 우리의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는지요.

<> 박실장 =우리가 현시점에서 생각해야할 것은 주변4강이 현상유지를
원하느냐 아니면 통일을 지지하느냐는 정책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당사자들이 현상유지를 원하느냐 아니면 통일을
원하느냐이지요. 주변 4강은 어디까지나 종속변수입니다.

한반도 자체가 통일지향으로 가면 주변4강이 현상유지를 원해도
별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남북한이 통일이 아닌 현상유지로 간다면 4강의 입장과
연결돼 한반도의 통일은 상당기간 어려워질 것입니다.

<> 조의원 =21세기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구도는 19세기 우리 선조가
처해있던 상황과 비슷합니다.

당시 우리는 미국이 남북전쟁으로 약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미국에만 의존, 나라를 잃었지요.

대중국.일본 관계가 중요합니다. 특히 중국을 설득시켜 한국통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통일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다면 도와줄 이웃은 아무도
없습니다.

<> 사회 =그런점에서 우리 내부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보는데요.

<> 조의원 =통일의 틀을 짤수있는 시기는 지금부터 5년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 이후에는 세력균형이 정착돼 우리의 분단은 또다시 고착화
될수 있습니다.

최소한 2000년까지는 남북간 국가 연합적인 체제를 만들어 한반도의
경제력 정치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그럴때만이 21세기에 우리가
자연스러운 통일을 이룩할수 있을 것입니다.

주변강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 자신이 세력균형자(밸런서)
가 되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우리가 국내힘을 정돈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사회 =그런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남북경협이야말로 통일의 가장
튼튼한 초석이 될수있다고 보는데요.

<> 조의원 =핵문제와 경협을 분리해야합니다.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밀착되면 북한이 우리를 무시한채 통일을 얘기할수 없을 것입니다.

민족문제는 민족이 해결할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남북간 경제관계를
밀착시켜야 합니다.

<> 박실장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금 동서축을 중심으로 산업발전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축이 주변4강의 현상유지 정책과 연결되면
통일에 방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 일본은 북.미회담에서 돌파구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북한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일본은 쉽게 북한의 동서축 경제체제와 결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이 우리 보다 먼저 북한에 진출,경제관계를 정착시키면 이는 곧
일본이 남북한 경제를 모두 수직적으로 거느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당연히 핵-경협연계정책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 사회 =일부 서방기업들은 북한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방기업, 특히 다국적기업의 북한진출은 남북경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조의원 =한반도 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중 하나가 경제 불균형
현상입니다. 이같은 경제문제를 중화시킬수 있는 것이 바로 다국적
기업입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남한 기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은 환영하겠지요.

북한과 남한에 동시에 들어가는 다국적 기업을 활용하면 남북경협에
커다란 돌파구를 열수도 있을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기술과
자본을 북한으로 넘겨줄수 있겠지요.

<> 사회 =우리는 김일성 사후 등장한 김정일체제와 상대하게 됐습니다.
김정일체제의 향방이 관심을 끄는데요.

<> 김이사장 =북한 공산체제는 기본적으로 붕괴를 향해 달려가고있다고
봅니다. 다만 붕괴과정이 문제입니다.

북한 공산체제의 붕괴가 내란 또는 한국의 안정을 해치면서 진행된다면
이는 한반도 전체에 불행을 가져다줄 뿐입니다.

또한 흡수통일에도 경제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공산 교조주의자들이 공비형태로 남아 통일이후에 적잖은 유혈적 후유증
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민주화 상업화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북.미 수교급진전,
북.일 비밀수교협상등을 우리의 외교 실패라고 보아서는 곤란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도와주어야지요. 이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시키고
우리와의 대화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 박실장 =김정일체제는 시급한 경제문제를 해결키위해 제한된 개방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은 이를 추진할 만한 파워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며 이념적으로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일성은 생전에 김정일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위해 경제개방을 위한
여러조치를 취해놨거든요.

김정일이 점진적 개혁개방을 추구한다면 상당기간 한반도에 공존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통일을 지연시킬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는 급진적 통일에서 오는 여러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간 유기적 통일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 김이사장 =21세기가 가까워지면서 중국동북지역 한반도 일본등을
오가는 물류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개방을 촉진시키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개방은 막을수 없는
대세이며 이는 또한 남북간 상호교류 증진의 요인이 될 것입니다.

<> 사회 =이제 화제를 국내문제로 돌려볼까요. 우리 외교가 위기에
봉착해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왜이런 문제가 발생할까요.

<> 조의원 =문제는 정부의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데
있습니다.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없는 탓이지요.

이를 특정 당국자의 잘못으로 치부한다면 문제는 더 꼬일 뿐입니다.
외교정책 저변에 흐르는 철학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본전략이
확고하면 전술은 수시로 바뀔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나 전략이 없으니 전술도 우왕좌왕할수 밖에요. 우리 외교가 미국
에만 질질 끌려가는 듯해서 걱정입니다.

<> 김이사장 =중국의 정전위 철수를 놓고 이를 한국외교의 위기라고
몰아붙이면 곤란합니다.

향후 한반도의 구도는 크게 변해야합니다. 결국 협정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어져야 하는것 아닙니까. 중국의 군사정전위 철수는 평화협정체제를
강요한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간 경제.안보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외교의 중요성을
잊고 살았습니다. 국제화시대에 외교는 생명선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출범은 "외교잘해야 밥먹고 살수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미국대학에서 요즘 새롭게 각광 받고있는 학문이 협상학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협상학 한학기를 강의할 만한 사람 조차 없습니다.

국제문제에 대한 대응력이 허약합니다. 외교력 향상을 위한 하부구조를
빨리 정비해야합니다.

<> 사회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정리=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