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건설시장에 대한 전망은 한마디로 단정짓기 어렵다. 건설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지난 70년대말~80년대초와 같은 건설붐은 다시 일어
나지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외형적으로 볼때 중동지역 건설시장은 80년대후반과 같은 극도의 침체에서
는 일단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8년에 총1백억달러에 머물던 공사발주물량이 92년엔 2백20억달러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이는 이란.이라크전쟁이 끝난 88년을 기점으로 중동 각국이 다시 건설부문
에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석유와 가스관련시설, 석유화학플랜트, 발전시설, 도로및 주택,
상하수도시설등에서 투자가 활발하다.

또 민간부문 투자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짐에도 불구하고 중동건설시장은 일정한 한계를 갖고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중동지역 국가들은 대부분 재정상태가 나쁘다.

기름값이 오랫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다 국방력강화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공사를 발주할때 시공자금융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의 건설업체들에 비해 해외자금조달에서 불리한 우리나라
업체들은 그만큼 중동시장에서 경쟁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현지업체들의 기술및 시공능력 향상으로 우리 건설업체가 공사를
따낼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런대로 지속적으로 공사를 발주하고있다.

80년대초(연 발주액 1백억~2백30억달러)수준에는 못미치치만 아직도 연
발주액이 30억달러정도는 된다.

공종별로는 토목 건축부문의 공사가 크게 줄어드는 대신 특수플랜트
군사시설등 기술집약적 공사발주가 늘어나고 있다.

사우디정부는 또 정부투자기관 시설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러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거의 끝났기 때문에 대형
관급공사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의 공사가 소규모로 발주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80년대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80억달러의 공사를 따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연 수주액이 3억달러정도로 급락했다.

리비아에서는 우리나라의 동아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리비아대수로 공사외에
이렇다할 공사가 발주되지 않고 있다.

지난 90년이후 외국건설업체들에 발주한 공사가 총10억달러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게다가 유엔의 경제제재조치가 풀리지않는한 긴급한 사업이 아닐 경우
신규발주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리비아대수로 후속공사가 발주될 경우 동아건설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난 88년이후 3~4년동안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심한 재원부족으로 성장세가 급속하게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이란의 대외차입금은 2백억달러이다.

이 가운데 악성채무라고 할수있는 단기성 채무만도 1백30억달러에 이른다.

전후복구를 위한 발주대기 물량은 엄청나게 많지만 건설대금회수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이정환기자>